제주살이 31

육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잘" 남겨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미라이짱"이다. 돈가스가게에서 포장을 기다리던 중 우연하게 눈에 들어온 사진집. 나도 무탈이의 어릴적 모습을 이렇게 사진으로 "잘"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볼 빨간, 시골 소녀 미라이짱의 1년 정도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보면서 유쾌하면서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에 찾아 본 사진작가들. 그 중에 딸 셋 아빠 사진가인 신노구치도 알게되면서 점점 의욕이 솟는다. 신노구치 홈페이지에 적혀있다는 음악가 에릭돌피의 말을 되새기며 "잡아 둘 수 없는 무탈이의 어린시절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잡아두려 한다.” Eric Dolphy Quote: “When you hear music, after it’s over, it’s gone in..

결혼 10년차,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찾아온 무탈이

결혼 10년 차까지 애가 없었다. 신혼에는 “아이는 언제든지 찾아오겠지”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해가 하나 둘 지나면서 조급증이 생길 때도 있었고, 애 없이 둘만 재밌게 살자라는 대안을 생각하기도 하고 마음이 왔다 갔다 하면서 신혼 이후를 보낸 것 같다. 정말 난 와이프와 둘이 있어도 재밌고 좋았다. 한편으로는 와이프가 제주도에서 혼자 외로워해서 아이라도 있으면 좋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복잡 미묘한 상황에서 암묵적인 합의, “둘이 행복하게 지내고 아이가 찾아오면 기쁘게 받아들이자.”를 가졌다. 일부러 병원에 찾아가서 난임시술을 받는 건 싫었다. 왜는 없었고 그냥 막연하게 싫었다. 왜 아직 애가 없냐? 병원은 가봤냐? 나이 먹고 애 없으면 후회한다. 등 주변에서 쓸데없는 참견이 많았다..

아이 없이 10년 동안 뭐하고 살았나?

직장 때문에 제주도로 내려온 후 불안한 마음에 결혼을 서둘렀다. 지금의 와이프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오게 됐다. 신혼 1년은 신나게 놀아보자고,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녀 보자고 했다. 아마도 이 시기부터 육지에서도 제주살기가 유행하지 않았나 싶다. 각박한 도시생활보다 제주도에서 마음 편하게, 집값도 싸고 생활하기도 좋은 제주도에서 살아보는 게 큰 유행이 되었다. 물론 2011년 이후에 집값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물가도 많이 오르고, 예전 같지 않은 제주도의 모습에 이제는 제주살기가 큰 매력이 없지만, 10년 전에는 그랬다. 제주도에 산다는 걸 모두가 부러워했다. 아이를 갖지 않고 신혼을 즐기자. 제주도에서 놀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젊으니까 아이는 언제든 생기겠지라는 막..

왜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가?

2011년, 대학원생 신분이 끝나고 재취업의 늪에 빠져있을 때였다. 실력은 모르겠지만 나름 조경업계에서 보수가 괜찮다는 대기업 서너 곳에 원서를 넣고 면접 1, 2차까지의 외줄타기를 한참을 하고 있을 때였다. 경력직으로 지원했던 S사는 필기시험 없이 바로 면접을 봤다. 나름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면접에서 전략도 매력도 없이 주저리주저리, 지금 생각해도 꽝인 면접이었다. 면접관이 나였어도 뽑아줄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을 듯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달을 넘게 결과를 기다렸지만, 친절하지 못한 그 대기업은 면접 결과에 대한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 또 다른 큰 회사, E는 서류부터 면접 1, 2차에 PT발표 까지, 나름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여기 또한 탈락이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에어프라이어_리버스시어링 스테이크_나도 할 수 있다.

소고기 스테이크를 즐겨 먹지는 않지만, 온누리 상품권이 생길 때마다, 서문시장 정육점에 가서 스테이크용 채끝살과 등심을 큼지막하게 잘라온다. 항상 두껍게 잘라온 소고기를 어떻게 구워야 맛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리버스시어링이란 방식을 티비 예능에서 보게 됐다. 시어링이란 단어를 대충 알고 있었는데, 리버스는 도대체 뭐야? 뜨거운 프라이팬에 치익~치익~ 고기 표면을 바싹하게 굽고, 중 약불로 고기 속을 익히는 방식은 항상 써왔던 방식인데, 여기서 고기 속을 원하는 상태인 미디엄으로 굽는 걸 감각으로 정하고 있어서, 스테이크를 구울 때마다 굽기 정도가 달랐다. 조리용 온도계를 사용해도 되겠지만, 기름 튀고, 뜨거운 프라이팬 옆에서 온도계 꼽고, 막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집에 있는 에어프라이어로 소고기..

봄을 알리는 우리집 식물들, 셀렘의 새 잎을 시작으로 히야신스와 김기아난이 꽃을 피웠다. 여인초도 살짝 끌어올리고 있는 봄.

해가 길어지는 듯해서 볕이 좋았던 주말에 베란다에 내놓아서 물을 흠뻑 줬던 셀렘이 새 잎을 두 장이나 밀어내고 있다. 이렇게 봄이 왔다는 소식을 내가 전할 줄이야. 지난가을에 튼튼하고 큰 이파리를 세장이나 키워내더니 봄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아이들을 보여주는 셀렘이 참 기특하다. 지난 출산휴가 때 잠깐 농원에 들러서 구매한 히야신스가 자고 일어나니 쑥, 정말 쑥 올라왔다. 꽃 향은 떠 엄청 강하다. 베란다 문을 열 때마다 무탈이가 재채기를 할 정도니까. 올해는 이쁨을 못 받네. 무탈이 우선주의. 히야신스 옆에서 살짝 꽃망울을 터뜨려준 김기아난은 함께한 지 10년이 가까워진다. 너무 많이 자라서 분을 두 개로 나눴는데도 잘 자라주고 있는 녀석. 여인초도 작게나마, 자세히 봐야 새순이 나오고 있는지 보인다. ..

새로 들어온 대형 셀렘, 그리고 잘 자라고 있는 떡갈 고무나무_기특해!

새로 들어온 대형 셀렘, 그리고 잘 자라고 있는 떡갈 고무나무, 기특해! 지난 코로나 재난지원금 덕분에 들여올 수 있었던 대형 셀렘이 한고비를 넘기면서 잘 자라주고 있다. 기존에 화원에서 자랐던 오래된 잎들이 노랗게 마르면서 죽어갔는데, 과감하게 잘라주니 새로 잎이 나오더라. 참 신기한 게 이렇게 큰 잎을 물만 주는데도 만들어내고 있는 너란 아이의 생명력은 참 대단해. 한 가지 더 특이한 건 대형 잎 옆으로 자라는 작은 잎 아이는, 화원의 센스로 모아서 심은 것인지,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지만 위로는 대형, 아래로는 소형 셀렘이 층을 이루고 있는 모습 또한 풍성해 보이면서 느낌이 좋다. 작은 아이들만 보다가 대형 셀렘을 집 안에 들이니, 참 구조가 뼈대가 살면서 집 안 분위기를 초록 ..

베란다 정원_행잉플랜트 석송, 고에베리 득템_오일장 구매 병솔나무의 핫핑크 꽃_이마트 구매 봉숭아 꽃

행잉식물 득템 :D 몇 달 전에 화원에서 눈여겨봤던 행잉식물들. 가격이 놀라워서 선뜻 구매하지 못했지만 이웃사촌 집에 걸려있는 녀석을 보고 심하게 뽐뿌질 받음. 결국 화원에 가서 데리고 오고야 말았다. 이름이 막 다양해서 화원 사장님이 석송, 고에베리라고 한다는데 인터넷에서도 찾기 힘들다. 베란다보다는 거실 창 앞에 걸어주고. 플라스틱 화분인데도 검은색이니 느낌 있네. 새로 뻗는 줄기의 연두가 만든 그라데이션이 참 이쁜 녀석. 역시나 화원 사장님의 서비스 꽃 한 다발. 향기가 참 좋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생생하니 좋다. 병솔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상상보다 뽀송뽀송하니 부드럽게 피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집에서 만난 병솔나무의 꽃은 반가웠습니다. 베란다 정원에 없는 질감의 잎을 가지고 있는 이 녀석은 꽃이..

제주의 봄_벚꽃의 절정이 오기 전 베란다 정원 청소와 새로운 아이템_그리고 새순이 올라오는 소리

벚꽃이 피기 시작한 지난 제주의 봄. 주말 출근길에 그나마 위로가 되는 주차장에 핀 벚꽃. 봄봄봄. 나에게 가장 먼저 봄을 알렸던 매화꽃. 일 년 동안 서랍 속에 방치되었던 작년 구입한 히야신스 구근도 꽃을 피우고, 떡갈 고무나무도 새순이 나오고, 놀랍게도 박쥐란은 새순이 셋이나! 가지가 셋뿐인 호프 셀렘도 새로운 아이를 뻗어낸다. 봄의 기운이 충만한 베란다정원. 오랜만에 베란다 정원 청소, 작년 겨울 사진이랑 비교해보니 새로운 것도 있고, 병들어서 몸이 반쪽난 것도 있고, 죽은 것도 있고, 많이 변했네. 하지만 결론은 계속 늘고 있다는 거. ^___^ 베란다 남은 공간도 채울려면, 봄에 분 큰거 세 개 정도만 있으면 되겠다. ㅋ 분은 못사더라도, 풍성한 잎 가진 녀석 데리고 와야겠다. 너무 토분만 모았..

베란다 정원의 새식구_호프셀렘, 박쥐란 그리고 기분 좋은 선물_히야신스

오랜만에 토분 득템. 인스타에서 보던 호프 셀렘도 제주도에서 처음 보자마자 바로 와이프 졸라서 구매. 좋음. 집에 어디에 둘까 고만했는데 화분 받침도 덤으로 주셔서 거실에 두기로. 아직 어린아이지만 풍성한 것보다는 좋을듯함. 새순이 나오고 있어서 곧 한 줄기 추가할 듯. 별거 아닌데 토분 밑에 네임스티커 하나도 이뻐 보임. 몬스테라보다 이뻐보임. ^____^* 잘자라렴~ 꽃집에 놀러 가면 좋은 이유는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 말고,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점. 한 번씩 주말에 놀러 가던, 구경 가던 노형에 위치한 꽃집 예원에서 히야신스를 선물로 받았다. 이번 주말에도 주인분의 인스타를 보다 행잉 식물들이 잔뜩 들어왔다길래 바로 눈 구경. 우리 집에도 행잉가든을 만들어볼까도 했지만 아직 구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