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제주살이와 무탈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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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잘" 남겨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미라이짱"이다. 돈가스가게에서 포장을 기다리던 중 우연하게 눈에 들어온 사진집. 나도 무탈이의 어릴적 모습을 이렇게 사진으로 "잘"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볼 빨간, 시골 소녀 미라이짱의 1년 정도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보면서 유쾌하면서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에 찾아 본 사진작가들. 그 중에 딸 셋 아빠 사진가인 신노구치도 알게되면서 점점 의욕이 솟는다. 신노구치 홈페이지에 적혀있다는 음악가 에릭돌피의 말을 되새기며 "잡아 둘 수 없는 무탈이의 어린시절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잡아두려 한다.” Eric Dolphy Quote: “When you hear music, after it’s over, it’s gone in..
2021.07.25 -
결혼 10년차,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찾아온 무탈이
결혼 10년 차까지 애가 없었다. 신혼에는 “아이는 언제든지 찾아오겠지”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해가 하나 둘 지나면서 조급증이 생길 때도 있었고, 애 없이 둘만 재밌게 살자라는 대안을 생각하기도 하고 마음이 왔다 갔다 하면서 신혼 이후를 보낸 것 같다. 정말 난 와이프와 둘이 있어도 재밌고 좋았다. 한편으로는 와이프가 제주도에서 혼자 외로워해서 아이라도 있으면 좋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복잡 미묘한 상황에서 암묵적인 합의, “둘이 행복하게 지내고 아이가 찾아오면 기쁘게 받아들이자.”를 가졌다. 일부러 병원에 찾아가서 난임시술을 받는 건 싫었다. 왜는 없었고 그냥 막연하게 싫었다. 왜 아직 애가 없냐? 병원은 가봤냐? 나이 먹고 애 없으면 후회한다. 등 주변에서 쓸데없는 참견이 많았다..
2021.07.25 -
아이 없이 10년 동안 뭐하고 살았나?
직장 때문에 제주도로 내려온 후 불안한 마음에 결혼을 서둘렀다. 지금의 와이프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오게 됐다. 신혼 1년은 신나게 놀아보자고,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녀 보자고 했다. 아마도 이 시기부터 육지에서도 제주살기가 유행하지 않았나 싶다. 각박한 도시생활보다 제주도에서 마음 편하게, 집값도 싸고 생활하기도 좋은 제주도에서 살아보는 게 큰 유행이 되었다. 물론 2011년 이후에 집값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물가도 많이 오르고, 예전 같지 않은 제주도의 모습에 이제는 제주살기가 큰 매력이 없지만, 10년 전에는 그랬다. 제주도에 산다는 걸 모두가 부러워했다. 아이를 갖지 않고 신혼을 즐기자. 제주도에서 놀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젊으니까 아이는 언제든 생기겠지라는 막..
2021.07.25 -
왜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가?
2011년, 대학원생 신분이 끝나고 재취업의 늪에 빠져있을 때였다. 실력은 모르겠지만 나름 조경업계에서 보수가 괜찮다는 대기업 서너 곳에 원서를 넣고 면접 1, 2차까지의 외줄타기를 한참을 하고 있을 때였다. 경력직으로 지원했던 S사는 필기시험 없이 바로 면접을 봤다. 나름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면접에서 전략도 매력도 없이 주저리주저리, 지금 생각해도 꽝인 면접이었다. 면접관이 나였어도 뽑아줄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을 듯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달을 넘게 결과를 기다렸지만, 친절하지 못한 그 대기업은 면접 결과에 대한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 또 다른 큰 회사, E는 서류부터 면접 1, 2차에 PT발표 까지, 나름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여기 또한 탈락이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202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