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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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이 10년 동안 뭐하고 살았나?
직장 때문에 제주도로 내려온 후 불안한 마음에 결혼을 서둘렀다. 지금의 와이프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오게 됐다. 신혼 1년은 신나게 놀아보자고,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녀 보자고 했다. 아마도 이 시기부터 육지에서도 제주살기가 유행하지 않았나 싶다. 각박한 도시생활보다 제주도에서 마음 편하게, 집값도 싸고 생활하기도 좋은 제주도에서 살아보는 게 큰 유행이 되었다. 물론 2011년 이후에 집값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물가도 많이 오르고, 예전 같지 않은 제주도의 모습에 이제는 제주살기가 큰 매력이 없지만, 10년 전에는 그랬다. 제주도에 산다는 걸 모두가 부러워했다. 아이를 갖지 않고 신혼을 즐기자. 제주도에서 놀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젊으니까 아이는 언제든 생기겠지라는 막..
2021.07.25 -
왜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가?
2011년, 대학원생 신분이 끝나고 재취업의 늪에 빠져있을 때였다. 실력은 모르겠지만 나름 조경업계에서 보수가 괜찮다는 대기업 서너 곳에 원서를 넣고 면접 1, 2차까지의 외줄타기를 한참을 하고 있을 때였다. 경력직으로 지원했던 S사는 필기시험 없이 바로 면접을 봤다. 나름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면접에서 전략도 매력도 없이 주저리주저리, 지금 생각해도 꽝인 면접이었다. 면접관이 나였어도 뽑아줄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을 듯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달을 넘게 결과를 기다렸지만, 친절하지 못한 그 대기업은 면접 결과에 대한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 또 다른 큰 회사, E는 서류부터 면접 1, 2차에 PT발표 까지, 나름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여기 또한 탈락이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2021.07.25 -
에어프라이어_리버스시어링 스테이크_나도 할 수 있다.
소고기 스테이크를 즐겨 먹지는 않지만, 온누리 상품권이 생길 때마다, 서문시장 정육점에 가서 스테이크용 채끝살과 등심을 큼지막하게 잘라온다. 항상 두껍게 잘라온 소고기를 어떻게 구워야 맛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리버스시어링이란 방식을 티비 예능에서 보게 됐다. 시어링이란 단어를 대충 알고 있었는데, 리버스는 도대체 뭐야? 뜨거운 프라이팬에 치익~치익~ 고기 표면을 바싹하게 굽고, 중 약불로 고기 속을 익히는 방식은 항상 써왔던 방식인데, 여기서 고기 속을 원하는 상태인 미디엄으로 굽는 걸 감각으로 정하고 있어서, 스테이크를 구울 때마다 굽기 정도가 달랐다. 조리용 온도계를 사용해도 되겠지만, 기름 튀고, 뜨거운 프라이팬 옆에서 온도계 꼽고, 막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집에 있는 에어프라이어로 소고기..
2021.07.01 -
봄을 알리는 우리집 식물들, 셀렘의 새 잎을 시작으로 히야신스와 김기아난이 꽃을 피웠다. 여인초도 살짝 끌어올리고 있는 봄.
해가 길어지는 듯해서 볕이 좋았던 주말에 베란다에 내놓아서 물을 흠뻑 줬던 셀렘이 새 잎을 두 장이나 밀어내고 있다. 이렇게 봄이 왔다는 소식을 내가 전할 줄이야. 지난가을에 튼튼하고 큰 이파리를 세장이나 키워내더니 봄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아이들을 보여주는 셀렘이 참 기특하다. 지난 출산휴가 때 잠깐 농원에 들러서 구매한 히야신스가 자고 일어나니 쑥, 정말 쑥 올라왔다. 꽃 향은 떠 엄청 강하다. 베란다 문을 열 때마다 무탈이가 재채기를 할 정도니까. 올해는 이쁨을 못 받네. 무탈이 우선주의. 히야신스 옆에서 살짝 꽃망울을 터뜨려준 김기아난은 함께한 지 10년이 가까워진다. 너무 많이 자라서 분을 두 개로 나눴는데도 잘 자라주고 있는 녀석. 여인초도 작게나마, 자세히 봐야 새순이 나오고 있는지 보인다. ..
2021.03.08 -
새로 들어온 대형 셀렘, 그리고 잘 자라고 있는 떡갈 고무나무_기특해!
새로 들어온 대형 셀렘, 그리고 잘 자라고 있는 떡갈 고무나무, 기특해! 지난 코로나 재난지원금 덕분에 들여올 수 있었던 대형 셀렘이 한고비를 넘기면서 잘 자라주고 있다. 기존에 화원에서 자랐던 오래된 잎들이 노랗게 마르면서 죽어갔는데, 과감하게 잘라주니 새로 잎이 나오더라. 참 신기한 게 이렇게 큰 잎을 물만 주는데도 만들어내고 있는 너란 아이의 생명력은 참 대단해. 한 가지 더 특이한 건 대형 잎 옆으로 자라는 작은 잎 아이는, 화원의 센스로 모아서 심은 것인지,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지만 위로는 대형, 아래로는 소형 셀렘이 층을 이루고 있는 모습 또한 풍성해 보이면서 느낌이 좋다. 작은 아이들만 보다가 대형 셀렘을 집 안에 들이니, 참 구조가 뼈대가 살면서 집 안 분위기를 초록 ..
2020.09.21 -
베란다 정원_행잉플랜트 석송, 고에베리 득템_오일장 구매 병솔나무의 핫핑크 꽃_이마트 구매 봉숭아 꽃
행잉식물 득템 :D 몇 달 전에 화원에서 눈여겨봤던 행잉식물들. 가격이 놀라워서 선뜻 구매하지 못했지만 이웃사촌 집에 걸려있는 녀석을 보고 심하게 뽐뿌질 받음. 결국 화원에 가서 데리고 오고야 말았다. 이름이 막 다양해서 화원 사장님이 석송, 고에베리라고 한다는데 인터넷에서도 찾기 힘들다. 베란다보다는 거실 창 앞에 걸어주고. 플라스틱 화분인데도 검은색이니 느낌 있네. 새로 뻗는 줄기의 연두가 만든 그라데이션이 참 이쁜 녀석. 역시나 화원 사장님의 서비스 꽃 한 다발. 향기가 참 좋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생생하니 좋다. 병솔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상상보다 뽀송뽀송하니 부드럽게 피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집에서 만난 병솔나무의 꽃은 반가웠습니다. 베란다 정원에 없는 질감의 잎을 가지고 있는 이 녀석은 꽃이..
2020.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