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25. 13:18ㆍ제주살이/제주살이와 무탈이
직장 때문에 제주도로 내려온 후 불안한 마음에 결혼을 서둘렀다. 지금의 와이프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오게 됐다. 신혼 1년은 신나게 놀아보자고,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녀 보자고 했다. 아마도 이 시기부터 육지에서도 제주살기가 유행하지 않았나 싶다. 각박한 도시생활보다 제주도에서 마음 편하게, 집값도 싸고 생활하기도 좋은 제주도에서 살아보는 게 큰 유행이 되었다. 물론 2011년 이후에 집값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물가도 많이 오르고, 예전 같지 않은 제주도의 모습에 이제는 제주살기가 큰 매력이 없지만, 10년 전에는 그랬다. 제주도에 산다는 걸 모두가 부러워했다.

아이를 갖지 않고 신혼을 즐기자. 제주도에서 놀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젊으니까 아이는 언제든 생기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신나게 놀았다.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주말마다 제주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먹고, 놀고. 그랬다. 나는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좋든 싫든 매일 사람들과 지지고 볶았다. 그렇지만 집에 혼자 있는 와이프는 사정이 달랐고, 같은 처지에 있는 육지에서 내려와 제주도에서 막 살기 시작한 언니들과 제주도 현지인들을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 사귀게 되었다. 그 인연 중에 10년을 유지하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깝게 지내다가 사소한 이유 때문에 틀어져서 지금은 만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뭐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