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와 산림청에서 좋은 일 하나 했다. 무장애 숲길을 하나 만들었는데, 완성도가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모든 길은 목재데크로 이어져 있고, 턱이 하나도 없이, 경사가 급한 곳이 하나도 없이, 휴게 공간도 참 많은 곳이었다. 물론 숲 자체도 서귀포 자연휴양림이니까 너무 훌륭한 곳이었다.
“혼디 오몽”은 제주 사투리로 “같이 움직임” 더불어 함께 하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무장애 숲길의 의미를 이어서 참 좋은 이름을 지었다. 뇌출혈로 고생하신 분,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눈에 띄었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아무래도 턱, 단이 있는 길이기 때문에 숲길을 걷고 싶은 불편한 분들께 최고로 좋은 곳 인듯하다.
길은 두 코스, 무장애 숲길이기 때문에 그리 길지는 않지만, 숲을 느끼기에 부족함 없는 곳이었다. 휠체어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숲 향기에 기분 좋을 수 있는 무장애 숲길은 앞으로 더 많이 만들어야 할 곳인 것 같다. 자연은 모든 인간이 원하는 곳이니까.
서귀포자연휴양림 주차장 남쪽에 위치한 무장애숲길은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그런 길이다. 당초에 서귀포자연휴양림을 걷기 위해 그곳에 갔던 터라 신경을 쓰지 않았던 곳이었다. 집으로 가려던 참에 산딸나무 흰꽃이 보여서 잠깐 들어가 볼까? 하는 생각으로 가보았다. 입구 첫 이미지부터 깔끔하다. 목재데크와 휀스 시공이 간결하니 좋다.
6월의 제주에서는 산딸나무 흰꽃이 가득하다. 산딸나무의 아름다운 흰꽃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던 무장애숲길. 다만, 숲에서 볼 수 있는 꽃, 유실수가 앉은 높이에서 볼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또 코스 안에 때죽나무가 없었던 것도 살짝 아쉽긴 했다. 제주의 6월은 산딸나무, 때죽나무의 흰 꽃이 제일 이니까.
공간 구성을, 코스 구성을 생각해 본다면 길지 않은,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큰 어려움으로 느껴지지 않게, 조금만 걸어도 숲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길을 낸 다음에 충분히 많은 사람이 쉴 수 있도록 중간중간 휴게공간을 배치한다. 이게 무장애 숲길의 첫 반째 원칙 이어야 할 듯하다. 그다음 길 양 옆으로 울창한 나무 숲.
목재데크 공사 여러 번 해봤는데, 여기 공사 참 깔끔하게 했다. 바닥 데크의 미끄럼 방지, 논슬립 홈에는 추가로 미끄럼 방지 안료가 들어가 있었다. 훌륭해. 곡선으로 꺾이는 곳은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해냈다.
무장애 숲길 코스 선택과 시공, 디자인이 간결하면서 참 좋았다. 오랜만에 서귀포시, 산림청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