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12코스를 완주하고 남기는 이번 포스팅. 기억을 되살려 본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갯바위 낚시꾼들이 가득했던 당산봉 아래 생이기정이다. 제주말로 생이는 새, 기정은 벼랑, 바당은 바다를 뜻하고, 생이기정 바당길은 새가 살고 있는 절벽 바닷길이라고 하는데, 이 곳이 갯바위 낚시꾼들의 성지인 듯하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올레길 12코스의 시작점인 무릉리를 향했다. "제주 자연생태문화체험골" 에서 시작해서 "수월봉", "차귀도 앞바다", "당산봉", "용수리 포구"까지 걸으면서 제주 서남쪽 자연경관, 바다를 볼 수 있는 길이다. 올레길 11코스가 제주곶자왈도립공원 근처 신평곶자왈까지 내륙으로 들어오는 길이라서 12코스는 무릉리 안쪽에서 시작한다. 보통 바다가 보이는 제주 외곽에서 시작하는 올레길과는 다르게 시골마을 안에서 출발하는 12코스는 한참을 마늘, 양파, 부추 청보리 밭을 걷다가, 후반부는 고산 바다(수월봉, 차귀도, 당산봉, 용수리 포구)를 보면서 걷는다. 나름의 경관 변화에 만족할 수 있는 길이다.
무릉리에서 출발해서 처음 마주한 풍경은 마늘, 양파를 수확하는 모습이었다. 제주 서부 지역의 주작물이 마늘인데 5월의 그 곳은 마늘향이 가득하다. 단일 경작물이 만들어내는 농촌 풍경도 아름다운 경관이 될 수 있다. 제주가 메밀 최대산지인 건 알고 있나 모르겠다. 이런 농촌 경작물이 만들어내는 농촌 풍경을 보호하고 다듬기 위해 정부에서도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여하튼 다른 올레길에서는 보지 못하는 독특한 풍경이다.
양파 수확하는 곳도 있었는데, 양파 꽃이 이쁘다. 꽃 크기가 좀 크면 정원에 심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옆에 보라색 부추꽃 간은 아이는 알이 통통해서 정원에 심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수선화과 부추속 식물을 통칭하는 "알리움" 정원에 알리움을 잘 배치하면 좋은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무릉리에서 만난 타이어를 재활용한 화분을 보면서 식물을 가꾸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느꼈다. 사이즈가 트렉터의 폐타이어 정도 되는데 동백나무를 심어 놨더라.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통이 화분에 달려서 물주기를 대신하는 건가? 타이어 빝 콘크리트는 깨져있을까?
녹슨 창고의 문으로 빗물이 흘러내리는 흔적이 남아 있다. 궁금증 가득했던 시골 모습.
이건 멀구슬나무 꽃망울인듯한데, 보라색 꽃이 피는 나무가 얼마 없기에 멀구슬나무라고 추측해본다. 멀구슬나무가 좀더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면 조경수로 정말 좋았을 텐데, 빈약한 꽃망울이 항상 아쉽다.
들판에 띠도 꽃을 피웠다.
아직은 청보리가 누렇게 변하기 전이라서 바람 많은 고산에서 청보리가 바람에 일렁이는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고산 마을로 들어가기 전 넓게 펼쳐진 청보리 밭. 비가 오기 전에 날이 흐려서 사진의 선명도가 부족했지만, 청보리가 일렁이는 고산 들판은 장관이었다. 가파도 청보리보다 넓게 펼쳐진 듯하다
올레길 12코스 중간에는 식당이 없을 것 같아서 주먹밥 같은 간편 도시락을 준비해서 끼니를 해결했다. 고산에 밥집이 있긴 하지만, 시간상 간단한 도시락으로 에너지 충전. 수월봉에 도착해 지질트레킹코스를 지나(여긴 많이 와봤으니, 그냥 패스) 당산봉으로 향한다.
항상 나를 유혹하는 고산의 반건조 오징어. 제주시까지 돌아가는 길에 함께하면 최고다.
차귀도가 보이는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당산봉으로 올라 그곳을 내려다본다.
돈나무의 꽃향기도 향기롭게 올레길 12코스를 채워주고 있었다.
당산봉의 생이기정. 이 곳이 올레길 12코스의 뷰포인트. 사진은 여기서 꼭 찍고 넘어가길 바란다.
고산은 바람이 강하기로 유명한데, 시작은 잔잔했던 바람이 종점부에서는 강풍으로 변해서 걷는 게 힘들었다. 바람막이는 올레길 12코스에 필수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올레길 12코스의 난이도는 하. 힘들지 않게 평지가 많았던 올레길 12코스. 바람이 강하기로 유명한 고산에서 바람만 없다면 쉬엄쉬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