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6. 20:40ㆍ제주의 자연
"오름 능선의 부드러운 곡선이 아름다운 용눈이오름"
제주 동부에 위치한 오름의 아름다운 선형과 햇살, 돌담은 동부만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동부의 오름은 숲이 울창하기보다 방목지 개념이 크며, 아직 서부에 비해 개발이 더딘 곳이라 고유의 경관을 간직한 곳이 많이 있다. 그중에 용눈이 오름은 사진작가 김영갑의 사진으로 유명해진 오름인데,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을 마주하고 있으며, 높지 않아서 쉽게 오를 수 있는 부드러운 곡선을 자랑하는 민둥산 오름이다. 김영갑 갤러리에서 작품 구경하고 용눈이 오름으로, 정말 좋은 반나절 제주여행코스이다.

용눈이오름 능선의 부드러운 곡선은 가히 제주오름 중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용눈이오름 올라가기 전 바라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 그 옆으로 높게 솟은 다랑쉬오름이 있는데, 아끈은 제주어로 버금가는, 둘째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조금만 올라가면 정상이다. 정상에서는 성산일출봉과 바다가 조망되는데, 성산일출봉과 용눈이 오름 사이는 많은 경작지들이 패치처럼 얽혀있다. 계절마다, 작물에 따라 각각의 패치들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제주의 돌담이 사유지의 경계를 표시하듯이 제주에서 흔하게 보이는 삼나무 방풍림도 바람을 막아 주거나, 경계를 표시하거나, 방목지에서는 우마의 이동을 막아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마급수장이라고 알고 있는 시설도 있는데 소들이 목을 축이는 곳이다. 용눈이 오름에도 날이 따뜻한 날은 소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소똥도 많지만.

제주 곳곳에 무덤, 그리고 돌로 쌓아 올린 산담이 대지 위에 널려있다. 육지의 무덤과는 다르게 제주에는 무덤 주위로 돌로 산담을 쌓았는데, 말과 소를 방목하여 키우는 이유로 묘지 주변으로 돌담과 비슷하게 산담을 쌓아서 묘를 보호하고 있다. 위성사진으로도 보이는, 오름 위에서도 보이는 초원 위의 묘와 산담은 흡사 대지예술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주 동쪽 땅은 이런 초지 위의 산담과 밭을 경작하기 위해 갈아엎은 땅, 경작물에 따른 색이 패치워크를 만들고, 그 경계를 삼나무 방풍림이 진한 녹색으로 윤곽을 만들어 주고 있다.

겨울의 용눈이오름, 제주 동부의 겨울은 초록의 푸르름 대신 마른 건초의 짙은 갈색이 들판을 점령하고 있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삼달리에 위치해 있는데 성읍민속마을, 해비치호텔과도 가깝다. 제주시내에서는 살짝 거리가 있지만, 제주 동부 쪽으로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다. 나는 제주에 내려오고 분기마다 한번씩은 찾아갔다. 전시 사진의 주제가 살짝씩 바뀌는 것도 있지만, 입장권 대신 주는 멋진 엽서를 종류별로 모으려고 자주 찾았다.

김영갑갤러리는 옛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다. 운동장이었을 앞마당은 미로처럼 돌을 쌓아 독특한 정원을 꾸몄고, 후정에는 작은 카페가 있다. 전시방법과 전시실은 평범하고 실내 인테리어가 세련되진 않았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참 좋다. 제주의 풍경, 특히 동부지역의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담으셨는데, 가로로 널찍한 사진이 독특하다. 처음 사진을 접한 뒤 풍경사진을 가로로 길게 크롭하면서 장난치던 기억이 있다.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제주가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된다. 물론 사진의 프레임에 담긴 단편적인 모습일 수 있지만, 평온한 동부 오름의 모습에 마음이 힐링되는 것 같다. 갤러리 뒤에는 작은 찻집도 운영하고 있으니 감동의 여운을 커피와 함께 달래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제주에 살면서 자연을 바라볼 때면 항상 기억되는 문구.
"이곳의 풍경을 완성하는 이들은 농부이다. 유채, 감자, 당근, 콩, 메밀, 조, 산디(밭벼), 목초 등... 어떤 곡식을 재배하느냐에 따라 그곳의 풍경이 달라진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삶의 흔적만큼이나 중산간 들녘의 모습은 다채로웠다. <내가 본 이어도> 중에서"
제주 중산간에서 점점 경작의 흔적이 사라지고, 부동산 투기로 버려지는 땅 들과 세대가 바뀌면서 농부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아쉽게도 많은 게 변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