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제주 한라수목원은 벚꽃의 연분홍 빛과 새로 나온 잎의 푸른빛이 어우러져 있었다."
제주 시내에서 한적하게 거닐 수 있는 수목원길, 한라수목원. 지난봄, 마지막 벚꽃을 위해 시내에서 가까운 한라수목원에 다녀왔다. 수목원 안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수목원으로 가는 편도 1차로 벚꽃 가로수길을 걷기 위해 차는 멀리 세우고 걸어 들어갔다. 제주대학교 앞 벚꽃길보다는 수령이 짧아 보이지만, 사람이 북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수목원으로 가는 길을 걷다 보면 귤밭과 보관 창고도 보이고, 지금은 카페가 몇 들어서 있다.
이끼 위에 수북이 떨어진 꽃잎. 아무리 제주시내라고 해도 바닷가 동네라서 항상 습하다. 그래서 이끼가 잘 자라는 듯해.
한라수목원 입장료는 무료, 대신 주차비는 받는다. 수목원에는 낮은 오름이 있는데, 동네 주민들이 운동삼아 많이 오른다. 나는 중턱까지만 오르고 하산했지만 정상에 올라갔어도 먹구름이 껴서 멀리 바다가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산 주변으로 아직은 소나무가 우점을 하고 있나 보다. 수목원 안쪽으로만 낙엽수의 알록달록한 빛깔을 볼 수 있었다. 화려한 꽃도 좋지만 이맘때의 연둣빛 새순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산책로 느낌도 나름 여러 가지다. 벚꽃길이 있고, 대나무길도 있고, 밑에 사진은 협죽도 길이다. 독성이 있는 나무이지만 여름 꽃이 아름다운 나무라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있는 모습이 될 것 같다.
수목원 옆을 가로지르는 대형 송전탑. 먹구름이 몰려오지만 해가 비치는 그런 날씨, 빛의 산란이 없어서인지 사진은 선명하니 찍히더라.
흙 길은 여자수 매트가 깔려있어 질퍽하지 않고 나름 목가적인 느낌이 난다.
한라수목원은 일 년 중 3월 하순, 4월 초순이 제일 멋진 경관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여름의 녹음과 가을 단풍보다는 봄의 파스텔 빛깔이 제일 멋지다.
한라수목원의 해 질 녘 풍경은 또 다른 감정을 일깨워준다. 까마귀 떼가 퇴근하는 듯, 휘몰아치면서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