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스페인으로. 유럽은 처음인데, 대학생 때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스페인 일주.
"마드리드-세비야-론다-그라나다-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인으로 남부 도시를 투어하고 바르셀로나에서 아웃하는 일정. 여행 결정을 늦게 하는 바람에 비쌌던 비행기표값. 와이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그나마 저렴한 루프트한자 항공사로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서 마드리드로 들어감. 아놔... 독일 아저씨가 옆자리 앉았는데 키가 2M는 되는 듯. 비행 내내 어깨 접고 힘들게 감. 첫 유럽 여행 참 힘들었음.
인천공항에서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 덕에(와이프가 급 발급 받음) 비행기 기다리는 시간에 라운지 여기저기 둘러봄. 물론 술과 함께 간식으로 이것저것 배부르게 먹음.
유럽을 가봤어야 알지. 루프트한자 항공사는 처음 들어봄. 승무원 아줌마들 완전 독일 아줌마스럽게? 생기셨다. 전문가 포스 철철 넘쳤고.
장시간 비행이다 보니 앉자마자 먹을 거 주시는데, 와인으로 시작해서 독일 맥주(맛있었음) 니신컵누들 등등 주는 건 다 먹음. 옆에 2M 독일 아저씨도 주는 거 다 먹음. 어깨 접고 먹기 진짜 힘들더라.
프랑크푸르트에서 경유해서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는 늦은 시간에 도착함.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갈까 하다가, 공항버스를 타고 시밸레스광장까지 가고, 걸어서 숙소까지(60 balconies recoletos) 걸어감. 아... 토요일 밤이라 흥 넘치는 젊은이들이 길거리에 많더라.
늦은 시간이라 숙소는 기계를 이용해서 체크인. 신기한 체크인 시스템.
티브이에서 보던 유럽은 오래된 건물이 많더라. 숙소도 오래된 건물을 꾸준히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듯. 부럽다. 이런 건물들이 많이 있다는 게. 늦은 시간이었지만 여기저기 신기해서 건물 구경만 한참을 함.
다음날 아침에 본 숙소 건물의 대문은 참으로 고풍스럽다. 그나마 조용한 골목길이 위치했던 60 balconies recoletos. 추천할만하다.
우리 방은 제일 밑에 층에 위치하고, 중정이 있는 건물이라 정원이 작게 꾸며져 있었음. 중정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사는 게 16년 꿈이었는데. 중정에서 바라본 하늘도 어쩜 이리 좋을까. 유럽이라서 그런가.
내부도 만족. 넓게 사용했던 숙소. 음식 조리도 가능했던 주방. 뭐 컵라면에 캔 김치 위주였지만, 다음 여행에서는 이것저것 한식을 좀 싸가야겠다는 생각이. 나이가 들었나 보다.
여행 둘째 날 제대로 된 마드리드 여행 시작.
하루 빡빡하게 마드리드 관광지를 모두 둘러보는 일정. 여행 준비 중에 마드리드에 대한 기대감은 프라도 미술관을 제외하고는 없어서 일종의 스페인 여행 워밍업 정도로 생각.
숙소-아침식사(Vips에서 에그 배네딕트)-프라도 미술관 (미술관내 서점에서 가이드북 교환)-미술관 내 카페-Terramundi 메뉴 델 디아로 점심- 숙소에서 휴식-유심칩(오렌지)-솔 광장-마요르 광장-산미구엘 시장-노천카페 상그리아-왕실-마요르 광장(공연)-추로스 San Ginés Chocolateria-마트-숙소
6월 말의 스페인은 진짜 뜨겁더라. 선블록을 녹이는 강렬한 태양. 뚜벅이 여행자의 최대 적. 그러나 노천카페의 시원한 상그리아만 있으면 한 숨 돌릴 수 있다. 우체국 건물이라 했던가. 지하철 입구와 일단 처음 보는 도시 인프라는 모두 찍어본다.
아침은 VIPS라는 체인 식당에서 간단하게 먹으려 했는데, 뭐가 뭔지 몰라서 시키다 보니 정말 느끼한 에그 베네딕트를 먹음. 첫 아침부터 느끼함으로 시작해서 스페인 여행 내내 김치 찾은 노인네. 여행에서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사라진다. 한국음식이 제일인 것 같다.
밥 먹고 프라도 미술관으로 가는 길. 도로 가운데로 뻗은 널찍한 공원 겸 산책로에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한가득. 유럽에서 보는 플라타너스는 서울에서 보던 것과는 느낌이 다르네. 편견일지도. ㅋ 초스피드로 그림 그리시던 아저씨. 아주 역동적인 작품들. 하나 살 뻔.
여행 전에 구글 맵을 정말 많이 들여다봐서... 이미 와봤던 곳 같았던... 일단 프라도 미술관은 고야 동상이 있는 곳에서 입장. 내부 사진은 촬영 금지. 시작부터 무거운 가이드북 받아서 열심히 보는데, 젠장. 크다. 보다보다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미술에 굉장한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가장 기대했던 루벤스의 작품 앞에서는 집중력 하락과 다리 아픔에 100% 만족을 못하고 지쳐 나옴. 하루에 미술관 두 곳 정도는 가뿐하게 보겠다 했던 미술에 미자도 모르는 어리석은 자. 여하튼 세계 3대 미술관을 찍고 왔다는 거에, 벨라스케스와 고야 등의 유명한 그림을 여럿 직접 봤다는 거에 만족을 하고.
카페에 아이스아메라카노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스타벅스 빼고는 아이스커피를 취급 안 하는 이상한 동네. ㅋ 에스프레소의 매력을 스페인 여행 끝날 때쯤 알았다는 게 아쉬울 뿐.
열심히 걸었으니 이제 근처 식당으로. 프라도 미술관 근처는 딱히 블로그에 등장하는 맛집이 없지만, 그래도 골라골라 찾아간 곳.
문어요리 뽈보와 돼지 족을 주문. 그냥 추천해달라 해서 먹음. 스페인 젊은 아이들도 엄청 많았는데... 어느 블로거가 맛있다고 그렇게 칭찬을 했는데... 난 스페인 요리와 안 맞는 걸로. 아오 느끼해. ㅋ 에스프레소 없으면 소화 안될 듯. ㅋ 뭐 고기는 부드러웠지만 맛은 그다지.
밥 먹고 다시 갈을 걷는데, 대박. 잔디밭에서 낮잠 자는 사람들 발견. 팔자 좋다.
여름 여행은 좀 만 걸으면 지쳐서, 숙소로 돌아와 살짝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섰는데, 이번에는 골목길로. 뭐 골목길만 걸어도 처음 보는 도시경관에 즐거움.
스페인 도착을 늦게 해서 공항에서 유심칩을 못 사고, 대신 둘째 날 솔 광장 근처 오렌지 폰에서 유심칩 사서 장착. 그래서 구글맵 마드리드는 핸드폰에 다운로드해서 저장함. 완전 구글맵 좋음.
솔 광장. 그다지 특이 점 없음. 마드리드의 상징적인 것이기에, 모든 관광의 시작이 솔 광장인듯하기에, 그래도 관광객들에게는 설레는 장소. 우리 사진은 셀카로. 수줍어서 절대 부탁은 한다. 우리보다 다른 외국인 사진 찍은 게 더 많은 듯.
솔 광장을 지나서 마요르 광장으로 가니 행사 준비가 한창이더라. 음악회인 듯. 저녁에 숙소 돌아가는 갈이 다시 들러보니 오페라 공연을 하고 있어서 한참을 구경하고 갔음. 물론 티켓이 있어야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울타리 밖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었고, 위요된 광장에서 문화생활을 하는 마드리드 사람들이 부러웠음.
마요르 광장을 지나 산미구엘 시장.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많았지만, 결정장애와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에 그냥 구경만 하다 나옴. 술 마시면서 제대로 즐기는 관광객들 많았는데...
아쉬움에 노천카페에서 시원한 상그리아 한 잔 하면서 사람 구경. 사람 구경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음. 연인들, 싸우는 꼬마들, 카리스마 저는 할머니들 등등. 모든 광장에는 길거리 예술가, 악사들이 한 두 명은 있는 듯. 실력도 좋은 듯. 연주에 감동했다면 성의를 보이는 건 당연.
왕실과 대성당까지 걸어갔다가 외관 구경하고, 역시 사람 구경 잔뜩 하고, 길거리 연주도 구경하고 여유 있게 도시를 느끼고 숙소로 돌아감. 마드리드는 대중교통 없이 오로지 걸어서. 다시 생각해보니 미련한 계획이었어. 모든 걸 다 볼 필요는 없었는데.
출출해서 맛있다고 소문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추로스도 한 입. 뭐 추로스가 한국에서 먹던 거랑 거기서 거기겠지 했는데, 다르더라. 맛있더라.
늦은 밤 솔 광장과 길거리에는 아프리카 이민자인듯한 흑형들이 봇짐 형태의 보따리 노점상을 하더라. 물론 불법이라 경찰을 피해서 장사하는 듯. 신속한 철수를 위해 고안한 봇짐. ㅋ 여하튼 주말 밤의 길거리는 너무 신나더라. 마드리드의 여름밤은 늦게까지 즐겁다.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이동하는 날.
하루 일정은, 숙소-아침식사(컵라면)-카이사 포럼(벽면녹화)-아토차역 12:00 렌페 출발 -렌페에서 점심-2:30 세비아 산타후스타역 도착-택시(미터기+캐리어 추가 요금)-숙소(Apartamentos Vinuesa 15) - 점심식사(Bar agustin) - 숙소에서 휴식 - 플라멩코(La casa del Flamenco, 8:30 공연, 18유로) - 메트로 파라솔-숙소
마드리드에서 짧은 일정을 끝으로 세비야로 출발.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를 제대로 즐길라치면 일주일도 부족하겠지만, 보고 싶은 프라도 미술관만 살짝 찍고, 마드리드의 맛만 보고 다른 도시로 이동. 나에게 마드리드에 대한 아쉬움 1도 없음. 아침은 와이프가 챙겨 온 컵라면과 캔 김치로. 나는 부피 크다고 반대했던, 아무거나 다 잘 먹을 수 있다고 반대했던 컵라면과 캔 김치. 사랑해 여보.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는 렌페를 타고 이동. 한국에서 미리 예매를 하고 아토차 역 안에서 기계로 발권. 역으로 가는 길에 벽면 녹화가 잘된, 나름 유명한 공간에서 사진 좀 찍고,
유명하다 보니, 생각보다 식물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겨울의 마드리드 날씨는 모르지만 서울보다는 따뜻하겠지? 외부에서 초화류를 키우는 건 특히 벽면녹화로 키우는 건 정말 힘들 텐데, 많이 궁금하다.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건물 앞 광장 바닥도 콘크리트 포장으로 단순하면서 느낌 있게. 여기도 껌의 흔적은 옥에 티. 길 건너 보이는 아토차 역. 진짜 마드리드는 전부 걸어 다님. 여행 초반이라 힘든지도 모르고 구글맵 하나 켜놓고 걷고 또 걷기.
아토차 역은 내부 조경?으로 나름 유명한데, 열대우림 같이 꾸며놓은 대기장소와 가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