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내리 눈이 내리면서, 온도가 올라가지 않으니 많은 눈이 쌓였다. 교통이 마비돼서 무조건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할 상황이 왔고, 체인을 달아도 못 가는 곳이 수두룩한 상황이었다. 보통 제주도는 하루 이틀 눈이 오면 한라산, 중산간을 제외한 곳은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서 녹아내리기 마련인데 이번은 달랐다. 출퇴근의 어려움과 마트 배달의 어려움, 택배까지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이런 게 겨울이지! 감성적으로 다가가니 이런 상황에도 웃으면서 지낼 수 있었다. 소소한 재미를 찾으면서. 코로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눈이 도왔다. 사람들이 더더욱 고립돼서 밖을 못 나가니, 일주일 사이에 제주도 확진자가 한 둘로 줄었으니, 방역의 노력도 있지만 눈이 사회적 거리를 만들어주었단 것 같다.
작은 돌하르방 머리 위로 눈이 쌓인걸 보라. 흡사 스머프가 생각나는 모습이다. 돌하르방이 제주도 천지삐까리지만, 작은 돌하르방, 미니어처가 이렇게까지 귀엽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귀여워도 하르방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긴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하르방 머리를 쓰다듬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바람이 불어서, 대나무 끝이 요동친다. 아이폰 카메라 기능, 사진 편집 기능으로 장노출로 적용시켰더니, 사진이 흔들렸다. 사진이 흔들린 게 아니고, 바람이 쳐 버리는 상황이 느껴진다.
항상 겨울이 다가오면, "이번 겨울은 눈 오는 날 체인을 달고 천백고지에 올라가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체인을 살 생각은 잊었다. 한라산으로 눈 구경하러 가기보다는 근처에서 소소하게나마 구경하고, 무탈이가 나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