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벚나무의 꽃이 지고 나면 진한 핑크빛 겹벚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중산간 도로 많은 곳에 겹벚꽃나무가 만개하면, 제주에서는 벚꽃놀이가 그렇게 이어진다. 왕벚꽃의 꽃잎이 흩날리는 장관은 기대할 수 없지만, 꽃잎 하나하나의 하늘거림보다는 뭉쳐 피어나는 모습과 오묘한 핑크빛 꽃잎이 겹쳐있는 그 자체가 아름답다.
겹벚꽃이 만개한 산록도로. 정확히 말하면 제2산록도로 평화로 시작점에서 제주시로 넘어오는 중간쯤, 어승생삼거리 살짝 지난 한밝저수지 및 커브길. 매 년 찾는 곳이다. 한밝저수지 입구부에 차를 잠시 정차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정차 후 주변에서 살짝 사진찍기하면서 즐기면 된다. 길게 연결된 드라이브코스는 아니지만, 누구의 방해 없이 겹벚꽃의 아름다움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가로수와는 다르게 수간이 짧아, 다간형처럼 자랐다. 넓게 퍼져 있어서 풍성해 보인다.
제주도가 왕벚나무 자생지라서 많이 심고, 키웠던 건 알고 있지만 겹벚꽃은 무슨 이유 때문에 제주 전역에 심겼는지 모르겠다. 지금 겹벚꽃은 관공서 공사에서 유행하고 있지 않지만, 한때 유행했을지 모르겠다. 우리 집 앞 왕벚나무 사이에 겹벚꽃이 한 그루 잘못 심어져 있는데, 추측컨데 90년대 제주에서 겹벚꽃이 왕벚나무와 함께 유행했고, 꽃이 피기 전 나무를 구분하지 못한 사람들이 섞어서 심은 듯하다.
겹벚꽃나무 밑에서 자라고 있던 굴거리나무. 새로 올라오는 굴거리나무의 왕관 같은 새순도 아름답다. 겨울 내내 밑으로 쳐져 있던 오래된 잎들이 새로 나온 잎을 받쳐주고 있는 듯한 모습. 진녹과 연두의 차이도 함께.
제주시 오라동에 겹벚꽃 가로수 길이 있다고 하는데,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수 그루가 심겨있다고 하는데, 내 년 봄에는 놓치지 말고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