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연

제주 마을 안 길 산책_송당리와 하도리_개발행위가 최고에 달했을 때 그 마을 분위기

magnolia-jeju 2020. 9. 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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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주 핫한 동네였던 송당리. 1300k와 웅스키친 등이 들어와 있었던 이 마을은 지금은 그들이 떠났지만, 아직도 몇몇 카페와 가게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마을이다. 그 시절, 가장 핫했던 그때 마을 안 쪽 길을 걸어봤다. 


제주 송당은 요즘 웅스키친, 1300k 등 점점 핫한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는 동네입니다. 제주에서 성산을 갈라치면 제일 빠른 길이 송당을 지나가는 길이더군요. 예전에 송당에 많은 나무농장이 있어서 업무차 농장을 둘러보러 오곤 했는데, 이제는 동네 느낌이 살짝 바뀌었습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네요. 지난 비 오는 송당에서는 동네 산책을 살짝 즐겨보았습니다. 일행이 1300k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을때 다음 지도를 핸드폰으로 보면서 마을 구석을 돌아보았습니다. 

여느 제주 시골 동네와 마찬가지로 한적하면서 소박하고 정겨운 동네였습니다. 집 앞 텃밭에서 소소하게 야채를 키우는 집이 많았는데 전원생활의 로망을 다시 불러일으키더군요. 수국의 계절 답게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빼꼼히 몽글몽글 올라가 있는 수국들. 푸른 끼가 많으면 산성토양이었던가. 수국, 불두화... 뭐 이런것들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내 전공이 뭐였던가.

이쁘게 생긴 이 아이를 꺾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역시 마른 수국은 매력 없기에 눈으로만 보는 걸로. 꽃댕강도 꽃이 피었더군요. 서울에서는 레어아이템인데 제주도는 무지 흔한 수종이 되어버린. 일본은 정성들인 전정 솜씨로 다듬어서 고급진 아이로 키우는 꽃댕강인데, 제주에서는 그냥 막 키워 야생미 넘치는 모습. 

1300k 간판에 때국물이 아닌 녹 국물이 흐르네요. 얼마 전까지는 1300k가 신선했는데 조금 기다렸다 새로운 제품이 입고되면 다시 찾아보는 걸로. 일행이 득템한 보드민턴. 집에서는 살짝 좁아서 안되고 야외에서 하면 재밌을 것 같은 보드민턴. 집에 오는 길에 잠시 들린 벨롱장에서 수제맥주 겟. 생각보다 탄산이 없어서인지 맛은 그냥 소소했던 맥주. 암튼 송당리 마을구경 이야기를 써보려다 맥없이 끝맺음. 제주마을 제대로 구경하고 싶으면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걷는 걸로~


하도리에 새로 올라온 건축물과 조경

 

지난 하도리 철새도래지에 놀러 갔을 때 새로 지은 건물들이 많아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고자 했던 카페가 문들 닫아 동네 산책을 택했는데, 놀랍게도 육지에서 내려온 분들이 지은듯한 단독주택과 연수원 같이 생긴 큰 건물이 있었습니다. 조용한 마을에 새로운 물결이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최근 잡지를 보다 알게 되었습니다. 저 건물이 아라리오 갤러리 대표의 작업실이라는 것을. 통유리의 노출 콘크리트 건물 안으로 화가의 작업실이 보여서 한참을 궁금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철새도래지를 바라보며 많은 영감을 얻으시려나 봅니다. 조금 더 걸어서 동네로 들어가면 연수원 같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것도 아라리오 재단에서 작가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작업실 겸 숙소(?) 건물이 하더군요.

"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멍멍이가 입구를 지키고 있네요. 앞마당의 조경에 눈이 끌렸습니다. 제주에서 흔히 보는 수종의 나무들로 꾸몄더군요. 개인적으로 카나리아 야자수를 제주에 심지 않기를 바라는 한사람인데 여기의 야자수는 묘하게 건물과 어울리더군요. 건물 옆 카나리아야자수를 어색하지 않게, 대문 옆으로 소철이 심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질감과 색감을 가진 카나리아 야자수와 소철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서로 도움을 주고 있네요.

제주의 여러 마을에서 손바닥 선인장을 볼 수 있는데요, 열매를 초콜릿에 이용해서 많이들 알고 있습니다. 선인장 자생지도 유명 관광지이지요. 하도리에도 마을 담장 위로 선인장이 자라고 있더군요. 바닷가 옆이라 해풍에 강한 아이들이 살아남았을 테지요. 관리를 하지 않은 선인장 군락은 위 사진처럼 지저분해 보이겠지만, 저렇게 많이 자랄 수 있다는 건 지역의 생육환경에 맞는 수종이라는 거지요.

연수원 건물 앞에도 손바닥 선인장이 심겨 있습니다. 많이도 아닌 조금. 건조한 사막도 아닌 곳에 검은 제주돌 사이에 선인장이라는 놈이 심겨져 있으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건물 앞으로 다양한 수종의 관목들이 생울타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보통은 한 가지의 수종으로 생울타리를 하지만, 사진으로 보기에도 사스레피나무, 동백나무, 다정큼나무 등이 골고루 섞여서 생울타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잎이 가지는 고유한 색감과 질감이 섞여서 팔레트를 만든 것 같은 느낌. 다음에 설계할 기회가 생기면 꼭 응용해봐야겠어요.

생울타리 옆으로는 제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식재 형태. 맨 아래는 용암석이 받쳐주고 그 위로 키 순으로 영산홍+동백나무+협죽도+팽나무가 식재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협죽도가 독성이 있는 식물이라고 지양하는 분이기이지만, 여름에 협죽도 만한 꽃을 가진 나무를 찾기는 힘들죠. 겨울의 동백꽃에서 봄의 영산홍 꽃, 여름의 협죽도 꽃이 순차적으로 보이고, 팽나무의 가을 낙엽. 팽나무의 기괴한 수형은 일 년 내내 바라볼 가치가 있지요.

서귀포 현장에서 사스레피나무를 수없이 봤는데도 막상 다른 곳을 가면 못 알아보겠더군요. 위치 수목학에 익숙한지라. :D

주변에 돈나무도 많이 보이던데, 바다 근처에서 잘 자라나 봅니다. 돈나무의 열매를 새들이 좋아하는 걸까요. 많이 파먹었네요. 돈나무도 전정에 강한 녀석이라 제주에는 꽝꽝나무, 회양목 대신 사용해도 될 수종입니다. 서귀포의 대포 주상절리 옆 산책로에는 돈나무를 깔끔하게 박스 형태로 전정한 곳이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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