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1100도로(천백도로) 중간에 위치한 습지 산책로는 제주시내에서 일부러 찾아가 볼 정도로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흰 눈이 장관을 이룬다. 오늘은 가을가을한 모습을 보기 위해 나섰다. 물론 한라산의 단풍은 육지 것 보다 별로다. 1100도로(천백도로) 어리목 부근에는 멋진 단풍이 있지만, 고지를 좀 더 올라가면 볼품이 없다. 하지만 1100고지(천백고지) 습지는 단풍이 없어도 좋은 곳이다. 한라산에 물이 고여있는 모습만으로도 좋다. 제주도에 습지가 몇 없어서인지, 강이 없어서인지 고인 물이 있는 자연경관이 새롭고 언제나 기분이 좋다.
데크를 떠라 걸으면 참 다양한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름을 몰랐지만, 수목명패가 도와준다. 우선, 청미래덩굴 하나를 배웠다. 제주 사방에서 볼 수 있는 덩굴인데, 수목명패 덕에 하나 배웠다.
윤노리나무의 붉은 열매가 참 많았는데, 짝꿍이라는 옛날 과자가 생각나는 건 나만인가.
참빗살나무의 열매는 사방으로 갈라져서 씨앗을 품고 있는데, 동서남북이란 놀이가 생각나는 건 나만인가.
여름에 흰 꽃이 아름다운 산딸나무도 멋진 색의 잎을 가지고 있었다.
팥배나무라고 추측하지만 열매가 안 달려있어, 정확하지 않은, 이름 모를 나무인데, 가지가 이렇게나 멋지다니. 처음 본다. 빨강, 노랑의 그라데이션을 띄고 있는 가지는 진짜 가까이서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 것 같다. 이런 작은 뜻밖의 모습에 기쁘다.
처음 만난 분단나무. 가까이 봐야 더 즐겁다.
1100고지(천백고지)에 안개가 자욱하다. 이런 날 1100도로(천백도로)를 넘어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구불구불한 도로가 초행길이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해서 넘어가야 한다. 아래 사진은 제주여행 온 친구가 보내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