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일정을 조금 나눠서 피사와 친퀘테레를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렌터카로 이동하기 때문에 쉽게 다녀올 수 있었다.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도시 피사(Pisa)는 관광지 주변 유료 주차장에 마음 편히 주차할 수 있다. 주차뿐만 아니라 화장실 사용도 유료다. 유럽 와서 유료 화장실은 처음이라 신기하면서도 살짝 꼬릿 꼬릿 기분이 이상했다. (Parking Lot PIZA, Via Vecchia di Barbaricina, 2) 피사 대성당과 유료주차장은 길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으니, 피사 대성당 이외의 도시 투어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좋다. 주차장에서 피사의 사탑으로 걸어가는 길에 욱일기가 걸린 식당이 하나 있었다. 어찌할 수 없었던, 마음이 복잡 미묘했는데 모른 체 지나갔다.
피사 대성당 + 피사의 사탑 + 산 조반니 세례당, 이렇게 구성된 공간인데, 기념사진은 피사의 사탑에서 찍고,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싶지만, 출입금지.
산 조반니 세례당도 충분히 훌륭하다. 내부가 참 궁금했다. 원래 잔디밭만 넓게 있진 않았을 텐데, 궁금하다. 원래 외부공간은 어땠을지.
잔디의 초록과 성당의 회백색의 대조가 공간을 돋보이게 한다.
성당 뒤로 사탑이 보인다. 확실히 기울어졌다. 아래서 올려다 본 사탑이 살짝 아찔하다. 후광이 보이게끔 해를 뒤로하고 찍어봤다.
위로 올라갈 수도 있는데, 굳이 돈 쓰고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파마머리 청년의 티셔츠가 깜찍하다. 사람 구경도 여행의 일부.
피사에서의 짧은 일정을 끝으로 친퀘테레로. 일단 친퀘테레는 라스페치아 역으로 가야 한다. (Stazione La Spezia Centrale) 피렌체에서 피사와 친퀘테레를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사람은 모두 기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라스페치아 역으로 가야 하는데, 그곳에서 기차를 타고 친퀘테레 여러 마을을 차례로 돌아볼 수 있다. 그럼 차는 어떻게 주차하느냐? 라스페치아 역 밑에 주차장이 있는데, 만차다. 예상했다. 그래서 블로그에서 찾아놓은 주변 주택가 주차장을 찾았다. Appartamento Il Quadrifoglio(Via Fossitermi, 12, 19122 La Spezia SP, 이탈리아) 구글에서 보면 이 주택 앞으로 동네 공용주차장이 있어서 그곳에 주차를 하고 역까지 걸어갔다. 라스페치아 역 안에 티켓팅을 도와주는 직원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왕복 티켓을 구매했는데, 문제는 플랫폼 찾는 게 살짝 혼란스러웠다.
사전에 공부를 많이 안했던 곳이라 한 번 당황하니 쭉 당황. 해안가의 다섯마을이라는 친퀘테레. 하루에 다섯 마을을 보는 것은 무리라서 큰 마을인 몬테로소에 먼저 들어갔고 다음은 마나롤라를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각 마을의 역에는 관광객이 가득이다. 몬테로소는 특히 관광객이 가득해서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몬테로소는 넓은 해안이 있어서 여름 피서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현지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 우리 같은 당일치기 관광객은 물속으로 들어가기 힘들지만(제주도 바다가 더 좋으니까 난 그다지) 시도하는 관광객, 한국 관광객이 몇 있더라. 우린 일단 밥부터. 해안가에 음식점이 쫘악 깔렸지만, 역시 공부하지 않아서 구글에 평점 나쁘지 않은 곳으로,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을 택했다. 맛이 거기서 거기일듯한 동네 분위기.
영어권에서 엄마동반 여행온 고삐리들. 부럽다. 학생 때 유럽이라니. 일단 차가운 화이트와인 한 병 미리 주문. 그냥 DOCG제품이면 만사 오케이.
비주얼이 그닥이었는데도 맛있었다.
더운 날씨에는 시원한 맥주도 먹어줘야 한다. 배부르게 먹었으니 해안가 산책. 사람 진짜 많다. 왜 제주도가 아름다운 건지 알겠더라. 내가 사는 곳이라서 저평가하고 있었던 제주바다가 최고인 듯.
사람 많은데, 역시 유럽인 건가. 눈을 둘 수가 없다. 훌렁훌렁.
주황색 파라솔 디자인이 독특하다. 역시 바다는 객기. 암 위에서 다이빙하는 사람들.
해안가 한쪽으로는 보트가 정박되어있다.
아이 엄마와 난 자주색 꽃이 아름답게 핀 주택을 사진으로 담다 보니, 아이가 유모차에서 삐끗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아이고. 몬테로쏘에서는 솔직히 밥만 먹었고, 친퀘테레 하면 상징적인 사진, 노을에 물든 절벽 위 마을 마나놀라로 이동했다. 처음부터 마나롤라는 노을과 함께 보려고 마지막 장소로 택한 것이다.
마을 안쪽 길, 오르막을 올라가면 작은 상점이 여럿 있어서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구경하다가 내려왔다.
힘들지 않게 도착한, 우리가 정한 꼭대기에 종탑과 교회.
계곡을 따라서 물이 흐르고, 여기도 여느 이탈리아 가정집과 같이 잘 꾸며졌다.열차 마지막 시간에 맞춰, 노을이 살짝 드리워진 마나롤라 해안가 절벽에 도착했다. 길 따라 해안 끝까지 걸어가면 반대편으로 보이는 절벽 마을이 멋지게 보인다. 앉아서 편히 즐기고 싶지만, 여기도 레스토랑이 점령해서 자릿세 내기 싫어서 그냥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이 장면 보기 위해 친퀘테레에 온 걸까.
산동네에 깎고 깎아서 만든 포도밭과 집 들을 보니 그들의 고달픔이 다가왔다. 이국적인 모습은 좋지만, 저 마을을 만들어 낸 옛날 주민들의 노동. 훌륭하다.
돌아오는 열차에서 바라본 바다. 라스페치아 역으로 돌아온 후 다시 피렌체로 이동. 당일치기라서 후회 없었던 일정. 기대가 많았던 만큼 실망도 컸던 친퀘테레. 그냥 언제 가보겠냐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으며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던, 이번 이탈리아 여행의 옥에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