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는 걷기 좋은 길이라고 썼지만, 지난 서귀포 자연휴양림의 무장애 숲길을 방문한 이후로 걷기 좋은 길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모두가 함께 걷기 편한, 좋은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과 험한 길은 험한 길로 남겨서 그 본모습을 즐기도록 하는 게 길을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곶자왈, 자잘 자잘한 돌이 바닥에 한 가득 깔려 있어서 잘못 걸으면 발목을 삐끗하기 십상인 곶자왈. 흙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이곳을 어떻게 걷기 좋은 길로 만들까, 목재데크를 그 돌 위로 설치하는 방법과 울퉁불퉁한 돌을 평평하게 각을 잡아서 재배열하는 방법밖에 없는 듯하다.
습한 제주도의 날씨, 특히 여름에 곶자왈 숲 안에는 더욱 심하게 습한 이유 때문에 천연목재 중에서도 단단한 이페 목을 사용해 데크 시공을 하고, 선형을 정성 들여 잡아서 시공을 했다. 목재가 워낙 단단해서 힘 좀 들였다. 비슷한 선형의 길은 지루할 수 있으니, 모양을 다르게 잡았다. 어느 구간은 높낮이도 다르게, 출렁다리도 간소하게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시공했다. 설계도에는 없는 현장을 걸으면서 지형에 맞춰서, 주변 수목의 배치에 따라서 즉흥적으로 만들었다.
데크 시공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선형이 부드럽게 보여야 하는 것과 높낮이 차이 때문에 옆에서 보면 데크 하부 철재 구조물이 보기 싫게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 뒤, 좌, 우 사방에서 바라보고 혹시나 철재 구조물이 시야에 들어온다면 돌과 식물로 가릴 필요가 있다. 곶자왈 안에서 풍부하게 널린 양치식물을 데크와 자연의 경계에 배치되게끔 데크의 선형을 잡는다면, 딱딱할 수 있는 데크 구조물의 엣지를 부드럽게 해 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곶자왈 내에는 널린 게 돌이다. 품이 많이 들 수 있겠지만, 시공팀을 잘 만난다면, 돌 아귀를 잘 맞추어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 곶자왈이다. 다만, 돌 의자는 이끼가 덮어버리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