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23. 23:48ㆍ제주의 자연
봄이 가고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날씨의 연속이다. 해수욕장의 개장은 7, 8월이지만 5, 6월에도 물놀이 즐기는 아이들로 가득했던 하도해변. 물놀이 잠깐 하고 모두 조개캐기, 게잡기에 열중이었다. 몇 년 전에 하도해변, 성산해변에서 조개캐기 열심히 했는데, 한동안 뜸했다. 하도해변에 도착해서 백사장에 내려온 순간 갯메꽃 발견. 나팔꽃 같이 생겼네, 찾아보니 갯메꽃. 처음 들어보고 처음 보는 바다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모래사장에서 참 잘 자라고 있다.
난 오늘 꽝. 대신 아내와 일행의 수확이 좀 좋았다. 조개 좀 캤고, 금게 큰 놈 하나랑 작은놈 여럿. 눈먼 금게 큰 놈이 운 좋게 얻어걸렸다. 몇 년 전에 장인 어르신이 금능해변에서 왕창 잡아주셨던 금게로 간장게장을 해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 금게는 된장국에 넣어서 국물 우리는데 쓰였다. 하도해변에서 캔 조개가 깨끗해 보이긴 했는데, 역시 노동의 대가가 아쉽다. 제주바다에서 유일하게 뻘이 있는 해변은 성산바다인데, 그곳은 노동을 대가가 확실하다.
몇 년 전 성산해변에서의 조개캐기를 추가로 담아본다. 조개캐기가 주말 여가라기보다는 노동일 수 있는데, 두 시간을 쪼그려 앉아 열심히 땅을 파야지 조개 한 바가지를 캘 수 있었다. 그래도 하도해변에서는 조개 몇 개 못 캤는데, 성산에서는 큰 수확이었다. 사람이 많이 있는 이유가 있다. 여긴 금게가 껍질이 말라 있었는데, 금게는 하도해변이 많은 듯하다.
조개캐기 용으로 구비한 장비들은 성산 읍내 철물점에서 구매했는데, 조개 캐는 사람 참 많은가 보다. 철물점에 장비들 잔뜩 쌓여있다. 제주도민의 취미생활 중 하나, 조개캐기. 생각해보니 제주도에서 산다면 계절별로 해야 할 일이 줄지어 있네. 겨울에 눈썰매 타고, 봄에 고사리 끊고, 초여름에 조개캐고, 여름에 해수욕하고, 가을에 단풍 구경하면 일 년이 쓱 지나간다. 그렇게 10년을 채워가고 있다. 하~ 제주살이.
말라버린 금게가 하얗게 변해버린 성산해변. 찾다 보면 빛 깔이 고운 조개껍질도 발견할 수 있으니,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