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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여름은 비가 많이 와서, 해가 쨍쨍한 날이 그리 많지 않다. 봄이 많이 지나가버린 여름에 심은 루꼴라. 몇 년 전에 마트 구석에 걸려있던 루꼴라 씨앗을 서랍에 모셔두고 있다가, 최근 아내가 루꼴라 맛에 빠지는 바람에 씨앗을 꺼내 들었다. 해가 많이 들어오지 않는 우리 집 베란다에서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아내의 추진력으로 심어는 봤다. 남은 화분이 없어서 작은놈으로 골라 흙을 채우고, 씨앗을 심을 흙 구멍을 손가락으로 살짝 뚫어주고, 조밀하게 씨앗을 뿌렸다. 어차피 잘 자랄 아이만 솎아줄 생각이었으니. 씨앗이 발아하고 나서 힘 없이 키만 크더니 연이은 습한 제주도 날씨에 새순이 녹아버렸다. 몇 가닥 튼튼한 아이만 남기고 쓰러진 아이들은 뽑았는데 뿌리가 참 길더라.
첫 수확? 이후 남은 튼실한 아이들은 아내가 열심히 키웠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창문 밖으로 내보내 일조량도 늘려주고 그랬다. 솔직히 난 기대하지 않았다. 뭐 얼마나 잘 자라겠어? 웬걸, 한 끼 이상은 충분히 먹을 만큼 자랐다. 맛도 씁쓸하지 좋을 정도였고.
햇살 좋은 토요일 아침은 써니사이드업 계란, 썬드라이토마토와 루꼴라, 커피와 함께 했다. 키워서 먹어서 그런지 맛이 좋다. :D 마지막 남은 루꼴라는 하몽과 함께 빵에 올려 먹었는데, 조합이 좋다. 진짜 루꼴라 키워 먹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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