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서 불어오는 추운 바람에 머리가 어질어질한 12월이다. 그 바람만큼 파도도 거세다. 서귀포는 한라산이 가로막아주고 있지만, 제주 삼양은 차고 매서운 겨울바람을 앞서 마주하고 있다. 항상 바다가 푸르르며, 파도가 넘실대는 곳이지만, 계절마다 오묘하게 다른 색을 발한다. 차 안에서 따뜻한 커피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제주에 살고 있으면서 누릴 수 있는 사치다. 바다가 바라 보이는 공터에 차를 세우고, 겨울바람과 파도를 거슬러 일터로 나가는 고깃배를 바라본다. 파도에 울렁이는 고깃배에 나도 울렁인다. 보고만 있어도 뱃멀미를 하다니...
제주의 겨울에는 이렇게 볕이 좋은 날이 몇 없다. 하루가 멀다 하게 먹구름에 비가 온통이다. 그래서 주말 하루가 이렇게 날이 좋으면 하루는 엉망이다.
여기, 용암석이 재미있다. 바다 인근에는 바위가 반들반들하기 마련인데, 여기 바위는 용암이 흘러간 흔적 그대로 모습을 남기고 있다. 용암이 흐른 후 남겨진 주름지고 거친 면이 아직도 남아있다. 주차한 공터 바로 앞은 양식장이라고 한다. 함부로 들어가지 말란 표식이다. 허락된 마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외지 사람에게는 금지된 공간에, 한 시간을 넘게 무언가를 캐고 있던 아주머니.
오랜 시간 바위에서 무언가를 캐내고 계시는 아주머니, 저 멀리에 큰 바위 위에서 꼼짝 않고 파도를 바라보고 있는 갈매기들. 혹시나 파도에 먹이가 배달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이 뷰 맛집 공터가 소문이 났나 보다. 차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끝부분에는 캠핑카도 있고, 탠트도 두어 채 쳐있다. 우리는 새로 알아낸 김밥을 맛있개, 걔란이 많이 들어가고 멸추, 참치김밥. 미쁨 김밥이라는 곳에서 샀는데, 맛이 좋았다. 저기 보이는 시내에는 볕이 구름에 쪼개져서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 같이 흐리다. 여기 바다는 새파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