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의 봄. 박새 잎의 색감과 모양이 참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은 산책이었다.
박새는 깊은 산 습한 곳에서 무리를 지어서 자란다고 하는데, 한라생태숲 산책길 주변으로 여럿 자라고 있었다. 한라생태숲뿐만 아니라 절물자연휴양림, 장생의 숲길 여러 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처음에는 타원형의 잎이 비비추와 비슷하게 생겨서 Hosta(호스타)속 식물인 듯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다른 속 식물이었다. 강한 독성이 있어서 함부로 취급하면 안 된다고 한다. 한라산의 골칫거리 조릿대 사이에서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박새, 무서운 아이인듯하다.
벚꽃이 떨어지면서 화려함이 사라질 때쯤이었다. 아직 남아있는 벚꽃 흩날리는 산책길을 걸을 수 있었다.
한라생태숲 곳곳에는 돗자리 깔고 도시락 먹을 수 있는 잔디밭이 있다. 도시공원처럼 잔디밭 통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날이 좋으면 소풍을 가도 좋을 곳이다.
단풍나무의 새 잎이 나오고 있었다. 연둣빛 새잎의 가장자리로 붉은빛이 함께 어우러지니, 봄에 만나는 보통의 나무 새잎과는 다른 느낌이다.
거대한 고사리, 관중이 올라오고 있었다. 봄철, 제주에는 고사리 장마가 있다. 부슬비가 며칠 동안 내리면, 고사리가 땅에서 올라오는데, 꽃이 피기 전에 고사리를 끊어서 삶은 다음 말려 놓으면, 일 년 내내 고사리를 먹을 수 있다. 제주고사리가 유명한 이유는, 두툼하니 식감이 좋아서 어쩔 때는 고기를 씹는 기분이 있다.
무슨 나무인지 모르지만, 귀엽게 올라오는 새잎. 나무이름을 몰라도 다양하게 피어오르는 새잎을 관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런 게 봄맞이 산책의 즐거움이겠지.
한라생태숲 봄맞이 산책을 마치고 찾아간 곳은 아라동에 위치한 카페 사닮과. 커피 맛도 좋지만 디저트 케이크가 참 괜찮은 곳이다. 케이크 종류별로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다음 기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