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도착한 한라산 영실코스는 예상치 못한 안개가 가득 차 있었다. 오랜만에 가을 산행을 하면서 제주 한라산의 가을 풍경을 담고 싶었는데, 이건 뭐 가시거리가 너무 짧았다. 그래도 "촉촉하게 젖은 한라산, 일단 상쾌한 마음으로 등산을 시작했다." 절반 이상을 지나서야 한라산의 가을을 느꼈지만.
"등산길"
윗세오름 휴게소까지 안개가 자욱해서 가까운 모습만 보인다. 평상시 같으면 저 멀리 서귀포 앞바다가 내려 보일 텐데, 영실기암괴석이 올려다 보일 텐데. 그래도 촉촉이 젖은 등산로가 마음을 달래준다.
한라산의 단풍은 기대만큼은 아니다. 바람이 많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단풍나무 잎이 쫙 펴지 않고, 살짝 오므리고 있어서 진한 붉은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독특한 경관을 보여주는 한라산 영실 등산길이 육지의 산 보다 좋다.
사스래나무의 흰 수피. 자작나무와 사촌관계라고 하는데, 영실코스의 2/3 지점에 항상 등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수형도 특이하고, 수피도 특이해서 포인트 목으로 딱이다. 한라산 등산코스 중에서 영실코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스래나무.
가을산은 항상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등산이 즐겁다. 안개가 껴있어도, 한라산이 가지고 있는 가을 색은 빛이 난다.
"하산길"
윗세오름을 찍고 하산하는 길. 거짓말 같이 안개가 걷혔다. 안개가 아니라 구름 속에 있었던 것 같다. 구름이 저 멀리 서귀포 바다를 향해 흘러가니 가시거리가 넓어진다. 뒤 돌아보니 기암괴석, 병풍바위가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등산로 초입. 오늘 하루 참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