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한라산은 가고 싶은데 오를 자신이 없다면, 그 차선책으로 어승생악을 가라."
눈 쌓인 어승생악을 올랐다. 아이젠을 착용해서 등산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힘든 산행길은 아니었지만, 혹시 몰라서 가벼운 아이젠 하나 챙겨서 올라갔다. 겨울산을 오를 때 아이젠과 스틱은 필수. 산 밑에는 눈이 녹아 있을지 모르지만, 정상과 가까워지면 눈이 그대로 쌓여있어서 안전을 위해서는 귀찮더라도 꼭 챙겨야 한다. 하산길에 미끄러져 다치는 일이 없으려면.
해가 떨어지고 있는 어승생악. 정상에서는 구름이 덮고 있는 바다가 내려 보이는데, 구름 사이로 보이는 푸른빛이 파스텔톤으로 아름답다.
겨울이 되면 어리목의 넓은 잔디밭은 눈썰매장이 된다. 경사가 있는 곳이 아니라서 유아용에 맞겠다. 등산을 하지 않아도 많은 도민들이 눈썰매를 타기 위해 찾는 어리목. 눈썰매는 각자 개인이 가지고 온다. 제주도는 집에 플라스틱 눈썰매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듯.
제주도 겨울 날씨, 참 흐리고 어둡다. 까마귀도 퇴근시간이 있나 보다. 항상 늦은 오후, 해가 떨어질 때쯤 까마귀들이 떼를 지어서 허공을 휘저으며 춤을 추더니 어디론가 사라진다.
제주도에서 살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까마귀가 낯설다. 비둘기 보다는 크고, 시커멓지만 똑똑하게 생긴 아이가 왠지 인간을 구경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