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5. 08:42ㆍ제주의 관광 & 커피 & 밥집
"제주 돌문화공원"
구제주로 이사 온 이후 서쪽 관광지보다 동쪽 관광지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차로 이동하면 십분 차이지만, 제주에서 살다 보니 십 분이라는 운전시간을 무시 못하겠더군요. 돌문화공원은 제주 동쪽의 곶자왈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변에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에코랜드, 교래 자연휴양림 등이 있어서 연계한 코스로 둘러봐도 좋을 듯합니다. 넓은 잔디밭과 사이사이에 고목들, 걷기 좋은 산책로와 흥미있는 박물관은 돌문화공원을 한 번쯤은 찾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제주의 돌, 현무암이 검은색을 띠고 있어서 거대한 돌과 넓은 대지를 보고 있으면, 살짝 멜랑꼴리 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관광지이다.

곶자왈에 위치했다 하여 울창한 숲 안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곶자왈의 울창한 숲을 베어내지 않았다면 지금의 넓은 잔디밭은 아마도 방목지로 사용된 나대지였을 것이라 추측해봅니다. 숲보다는 잔디밭을 선호할 사업자는 없을 테지요. 아직도 돌문화공원의 사업 변경에 대한 심의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도 곶자왈이라는 위치적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넓은, 큰 규모의 수반이 있습니다. 보통의 이런 종류의 수경시설은 주변의 경관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데, 돌문화공원의 큰 수반은 높이가 높아 그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수경시설이 있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청량감은 나름의 존재 이유를 말해주고 있지요.

첫 번째로 만난 제주돌박물관. 주변의 오름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지하에 설계되어 있는 듯합니다. 건축 당시에도 현재에도 유행하고 있는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해가 갈수록 중후한 매력보다는 가벼워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요. 이제는 유행이 시들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노출 콘크리트 신축건물이 제주에는 많더군요. 박물관 내부는 모양이 특이한 용암석을 전시했습니다. 전시물도 다양하고 신기했지만, 정말 돌을 사랑하는 사람 아닌 이상에는 5분 이상 돌만 보고 있으려니 심심했습니다. 다행히 지루해질 때쯤 전시가 끝나고 야외로 다시 나오게 됩니다.

야외에도 모양이 특이한 용암석이 전시되어 있는데 가장 흥미로운 전시물은 새를 닮은 용암석입니다. 멀리 보이는 오름이 차경 되면서 금방이라도 날아갈듯한 새를 닮은 암석. 전시 위치가 탁월한 듯합니다.

산책로는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사실 곶자왈은 작은 돌들이 많아 자연 그대로의 곶자왈 안을 걷기는 무척 힘이 듭니다. 지금 제주 곶자왈의 많은 산책길은 사람들의 정성으로 다듬어지고, 포장되어 걷기 편한 길을 만들어 낸 것이지요. 사람의 이용이 힘들도록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남겨두는 것이 가치가 있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산책하는 중간에 발목 삐끗할 일은 없어서 좋네요.

곶자왈 산책길을 걷다 보면 오백장군 갤러리를 만나게 됩니다. 갤러리 간판이 완전 대박. 사람 얼굴 형상의 5개의 독특한 돌과 액자같이 제주석을 갈아서 콘크리트와 질감, 색을 달리해놓으니 박물관의 어떠한 전시작품보다도 흥미로웠던 간판이었습니다. 오백장군이라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약간의 상상이 필요한 디자인. 좋네요.


건물 안쪽에는 조록나무뿌리 형상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외국의 정원에는 죽은 나무의 가지나 뿌리의 기괴한 모습을 정원 중간중간에 배치해서 점경물로 사용하는 기법이 있습니다. stumpery라고 하는데 조록나무 뿌리도 좋은 재료로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의 관광지 중에서도 가장 특색 있고, 한 번은 꼭 가볼 만한 관광지가 아닐까 합니다. 꽃이 피어있고, 아이들과 연인들이 좋아할 만한, 인스타에 올릴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는 그런 관광지는 아니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곳입니다. 겨울에 이 곳은 멜랑꼴리, 그로테스크 느낌이 혼재해 있는 그런 곳. 이런 분위기 다른 관광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제주의 검은오름으로 가면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가 있습니다. 도넛 모양의 독특한 형태의 건물 안에는 지질, 식생 등 세계자연문화유산 제주에 대한 정보가 알차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제주도민에게는 입장료가 공짜이기에, 도에서 운영하고 있기에,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투자한 금액이 어마어마했기에 나름 괜찮은 공간이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여럿 보였던 곳.


추억의 NEW 7 WONDERS. 여하튼 제작은 힘들어 보이지만, 나름 독특한 디자인을 보고 기대를 안고 입장합니다. 고산 수월봉에서도 비슷한 디자인의 표식?이 있었는데, 통일성이 있어서 좋다. 건물 내부 곳곳에서 보이는 이 아이는 건물의 모양을 닮은 센터의 마스코트인 것 같습니다. 독특한 건물의 형태가 센터의 마스코트로 발전했네요.



건물이 도넛 형태. 내부에서 돌아다녀봐도 곡선.


와이드 스크린에 제주 탄생의 과정을 담은 영상.


지하 전시공간에는 FRP인가? 동굴모형을 만들고, 설명도 잘해놓고.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자세히 돌아봐도 괜찮을 듯. 곳곳에 빔프로젝트로 영상물을 쏴대고, 바닥에는 Floor Interactive? 동작인식 UX?. 전시 담당자의 번뇌가 곳곳에 보입니다. 4D영상관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전시 담당자는 요즘, 한동안 유행했던 아이템은 다 설치해야 했을 것입니다. 결론은 도민은 무료고, 전시물도 나름 풍부해서 추천해 주고 싶은 공간입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모티브로 한 건축디자인"
서쪽으로 시원하게 뚫린 평화로를 타고 서귀포 산방산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들린 추사관.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추사 유배길도 생기고 추사관도 생기고. 제주에는 육지만큼, 서울만큼의 역사적인 거리가 부족한데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는 좋은 거리의 발견이라고 생각됩니다. 추사관은 건축가 승효상의 설계로 추사 김정희의 명작 "세한도"에 나오는 가옥의 형태를 모티브로 설계하였다고 합니다. 단순한 박스 형태의 건물에 목재만 붙여도 간결함과 매스의 비율이 멋집니다.


추사유배지의 전체적인 모습을 알 수 있는 안내도. 좌측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추사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지상으로 세워진 추사관의 온전한 박스 형태의 모습을 위해서 지하로 진입부를 설계했다고 추측해봅니다. 추사관 뒤로는 유배지의 모습을 적거지를 재현한, 제주의 전통가옥이 위치해 있는데 여기서 특이한 것은 안거리, 밖거리라는 제주 전통가옥의 모습입니다.


추사관으로 들어가는 계단과 램프. 깊이가 일반 지하층보다 더하네요. 특이한 것은 계단을 가로지르는 램프. 장애인 엘리베이터 설치가 힘들어서 이런 식의 설계가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해 보입니다. 제주판석 시공시 문제가 되는 백태. 시멘트에 섞은 모래에서 염분기가 현무암 기공을 통해서 올라온다는 이야기가 있긴 한데 모든 이유를 거기서 찾기는 힘들듯합니다. 어찌 되었건 사람들이 많이 밟고 지나가면 닦여서 없어지겠지만요. 추사관 안에서 보이는 둥근 창은 세한도에 그려진 창과 같은 형태의 창으로 보입니다. 전시물이 생각보다 부실하였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에는 좋네요.


유배지는 제주 전통가옥의 형태이고, 정낭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설치되어있네요.

마지막으로 나오는 길에 놓인 제주판석포장. 판석과 판석 사이에 몰탈을 채우지 않으니 칼주름처럼 직선이 깔끔하게 살아나네요.
"제주 도립미술관" (옛날 전시_김수남 특별전)
제주에 살면서 도립미술관은 처음입니다. 나름 사진전을 좋아라 해서 일요일 늦은 오후에 새 차도 할 겸 집을 나섰지요. 도립미술관은 노형에서 한라수목원길을 지나 어리목으로 가는 길에 위치해 있습니다. 도깨비 도로와 가깝지요.


노출 콘크리트 건물입니다. 내부 공간이 생각보다 넓고 전시회도 특별전 포함해서 세 개 정도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외부공간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한가로이 피크닉 와도 될만한 조경계획은 아니더군요.



오늘의 목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수남 특별전. 오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샤머니즘, 굿 문화를 담는 사진가라는 걸. 아~ 무당 할머니들 무서운데... 아시아까지 발을 넓혀 각국의 샤먼 문화를 담아오셨지만. 무속신앙이 마음 편히 관람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제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몇 점 있어서 흐뭇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아저씨가 돼있을 코 찔찔 아이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