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4박 5일 후, 다음 목적지는 산퀴리코 도르차.
토스카나, 발도르차에 여러 소도시가 있는데, 우린 그 중에 산퀴리코 도르차를 택했다. 일단 로마 떼르미니 역 안 허츠에서 미리 예약한 사항을 확인하고, 근처 주차타워에 주차된 허츠 주차장에서 차를 인수받았다. 지난 일본에서의 운전에 이어 해외 운전이 두 번째라고 하지만 이탈리아는 ZTL 존이라는 조심해야 하는 지역이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일단 고속도로를 타고 도착한 곳은 노천탕으로 유명한 Cascate del Mulino (Via della Follonata, 58014 Saturnia, Manciano GR, 이탈리아) 사투르니아 노천탕으로 검색하면 된다.
양귀비 꽃이 붉게 핀 언덕 아래로 유황노천탕이 위치해 있다. 방송에 나와서 유명해진 노천탕이지만, 동양인은 우리뿐. 젊은 사람도 많이 없어서 부산하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옷에 유황냄새가 남아있는 듯하다. 차 안에서 탈의하고, 온천욕 후에는 입구에 코인 샤워장이 있어서 씻는 것 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 동네 노인분들이 많았는데, 관광객이라고 해서 뻘쭘하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여서 편하게 온천욕 했다.
온천욕 후 숙소가 있는 산퀴리코 도르차로 가는 길에 만난 피틸리아노(Pitigliano 그로세토 이탈리아). 내부로 들어가진 않고 밖에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 만족. 암벽 위에 세워진 도시 모습을 보니 유럽에 왔구나 한다.
우연하게 만난 바이크 커플. 애니메이션 루팡, 천공의 성 라퓨타 의 한 장면 같다. 여행 중 최고의 우연이다.
꼬불꼬불 도로를 지나 도착한 곳은 이탈리아 농가주택 중에 하나인, 아그리투리스모, 막시무스 집으로 너무나 유명한 Farmhouse Poggio Covili (S.S. 2 Cassia - Km 178, 53023 Castiglion d’Orcia SI, 이탈리아)
발도르차(Val d'Orcia) 풍경
발도르차가 대단한 건 사람의 힘으로 자연경관을 만들어냈다는 거다. 미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기 위해 경작지, 집 등의 의도적인 배치. 막시무스 집 옆에는 반뇨비뇨라는 유명한 온천지역이 있었으나, 이미 사투르니아에서 온천욕을 즐겼기 때문에 패스하고 도착한 우리 숙소.
산퀴리코 도르차에 위치한 “웰니스센터 카사노바”(Wellness Center Casanova Hotel Residence, 6c Strada Provinciale 146 di Chianciano, 53027 San Quirico d'Orcia SI, 이탈리아)
관리가 잘되고 있는 숙소. 농가민박 보다 저렴하고 좋다. 키홀더가 묵직하니, 주머니에 넣기는 힘들겠다. 하룻밤을 보낸 숙소, 카사노바. 하루는 부족하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아쉬웠던 순간. 발도르차에서 며칠을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노을지는 모습은 꼭 지켜봐야 한다.
저녁은 산퀴리코 도르차 마을 안에 위치한 레스토랑. Ristorante Da Ciacco (Via Dante Alighieri, 30A, 53027 San Quirico d'Orcia SI, 이탈리아) 이번 여행 최고의 레스토랑. 와인 맛을 알게 해 준 고마운 곳. 영어가 잘 안되지만, 구글 검색으로 먹고 싶은 음식 사진을 보여주면 된다. 추천해준 이 지역 와인이 참 맛있었다.
이탈리아 식당에서 와인을 시키지 않는 건, 그들이 봤을 때 이상한 거다. 당연히 식사는 와인과 함께하는 거다.
트러플 파스타 존맛. 와인을 안 먹을 수가 없네. 아주.
다음날 아침은 일찍 기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발도르차(Val d'Orcia)를 해뜨기 전에, 해가 뜨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낮은 구릉의 평원,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는 그런 곳. 해뜨기 전 아침부터 많은 사진작가들이 진을 치고 있는 포인트가 숙소 바로 옆이다. 숙소를 고른 이유도 이 포인트 때문이다. (43.0638090, 11.6104350)
출사 온 중국인들이 전세 냈다. 카메라가 아주 대포다.
구글에 참 좋은 사진 많은데... 물안개도 막 있고... 중국중국 사진가들을 뒤로하고, 카메라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숙소 내부 정원에서 즐기는 경관도 최고다.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다. 새소리만.
붉은 양귀비 꽃이 여기도 피었네. 푸른 들판에 양귀비가 포인트.
사이프러스가 있는 풍경이 너무 멋있잖아.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도 아침 햇살과 함께. 여행을 위한 준비물. 아이폰 X. 잘 가지고 갔다. 정말.
아침 일찍 풍경을 즐기느라 허기진 배를 채워준 조식은 쏘쏘소소소소. 그래도 빵은 맛있다.
1일 1 에스프레소를 챙겨 먹고, 다른 끼니는 카푸치노, 라테.
6월 초여름이었지만, 지나칠 수 없는 풀장. 수영은 못해도 발은 담가본다.
잘 가꾸어진 정원. 관리사 분이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한다. 수영을 잘하면,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게 참 많을 텐데. 들어가고 싶은데 무섭다. 아쉬움에 발이라도 담가본다.
체크아웃 후 산퀴리코 도르차 마을 구경. 이탈리아 시골마을이 이렇구나!
마을이 큰 편인데, 올드타운과 뉴타운이 성벽을 경계로 위치해 있는 듯한데, 우린 올드타운 만 돌았다.
상점이 아니라도 모든 집 문은 잘 가꾸어져 있다.상점이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즐길 만큼 있었다. 발도르차의 기억을 남길만한 기념품 또한 충분하다. 맛있는 식당도 충분히 있다.
순례자의 길인 것 같은데...
어제 맛 본 이 지역 와인을 박스째 구입하고 싶을 정도였다. 일행은 옛 추억에 그라빠를 한 병 구입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야.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려면 원주민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빨랫줄 시스템이 참 독특하다.
산퀴리코 도르차에서 건진 최고의 순간. 햇살 받은 문과 덩굴. 햇살이 너무 좋아서, 6월 초 이탈리아 여행을 정말 강추한다. 발도르차 평원의 푸릇한 사진은 5월이 제일 좋다고 하는데, 6월 말이 되면 평원은 누렇게 변해서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점심은 구글에서 평점이 좋은 식당을 찾았다. Trattoria Osenna, Via Dante Alighieri, 42, 53027 San Quirico d'Orcia SI, 이탈리아
이 지역 와인을 또 주문. 배신하지 않았다 낮술이라 더 좋다. 밥을 먹었으니, 에스프레소 한 잔 해야지. 커피는 역시 노천에서 먹는 게 존맛. 가까이 종탑이 있어서, 분위기 짱.
올드타운을 상징하는 깃발인가 보다. 집집마다 걸려있는데, 뉴타운은 다른 깃발이다. 뭔가 대항전이 있을 그런 분위기. 골목에서 바라보이는 종탑. 이런 배치도 의도적이겠지. 삼륜차? 오토바이 같은 걸 타고 다니는 어르신들. 영화 속 같다.
관공서인 것 같은데, 토분에 담긴 수국도 이쁘다. 마을을 돌고 돌아, 매력적이라서 또 돌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끝.
키 큰 생울타리 사이에 문을 만들었다. 멀리 평원이 있고. 산퀴리코 도르차가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이탈리아 소도시는 많을 것이다. 우리가 1박 2일 일정을 짰다는 걸 제일 후회했지만,
"언젠가 다시 올 것이라는 꿈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