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1. 16:05ㆍ세계여행
스페인 그라나다를 찍은 목적은 오로지 “알함브라궁전”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대학시절부터 유럽여행을 한다면 스페인을 제일 먼저 가겠다고, 알함브라궁전이 있으니, 십 년 넘게 바라던 여행지이다.
론다 기차역에서 그라나다로 이동 중에 우리 앞자리에 앉은 일본인 모녀는 “그라나다로 가는 기찻길이 공사 중이라서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고(기차에서 마련한) 가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역무원의 신통치 않은 영어와 설명에 멘붕이 왔다. 두리번 두리번, 딸은 영어를 잘하던데,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와이프는 오지랖에 익스큐즈미 대신 스미마생을 질러버림. 친절히 알려줬는데도 우리를 못 믿는 눈치였던 일본 아이.. 그래도 엄마는 기차 밖을 바라보며 신나 하신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궁전은 사전 예약이 필요한 곳이라, 궁전 안에 위치한 나사리 궁전은 특정한 시간에만 입장할 수 있다. 그래서 그라나다에서의 첫날은 시내 구경과 그라나다 대성당, 바실리카 성당, 노을 지는 니콜라스 광장을 찾았다. 역시 그라나다의 낮도 해가 너무 강렬하다. 세비야처럼 차양막을 거리 곳곳에 설치하여 보행자를 위해준다. 그래도 뜨겁다. 낮은 관광을 피해 낮 잠을 자는 게, 그들처럼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게 좋을듯하다. 세비야 대성당에서 느끼지 못한, 미묘한 감정을 바실리카 성당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생각지 못한 발견.
그라나다 대성당에서는 그 보다 덜한 감정이. 람블라 광장에서 늦은 점심,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기 위해 식당을 찾던 중, 블로그는 필요 없고, 느낌 가는 데로 가야겠다 싶어 들어간 곳. Laseda. 엄청 친절하고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먹은, 제일 맛있었던 식당. 연어, 소고기 스테이크가 참 좋았음. 점원들이 한국 인사를 익히고 있으니, 여기도 한국사람 많이 오는 곳인가 보다. 여하튼 강추.
밥 먹고 알바이신 지구로 쇼핑. 막 구매욕 당기는 건 없었지만, 어차피 니콜라스 광장으로 가는 길이라서 통과 개념으로 지나갔는데, 많은 사람이 버스를 타고 니콜라스 언덕으로 올라가는데, 치안이 걱정되어 고민하는데, 결론은 괜찮더라. 아주 늦은 시간만 아니면 괜찮은 것 같더라. 다만,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 중간중간 경치 구경을 할 수도 있지만, 힘들다. 여름에는.
역시 유명한 장소. 관광객이 바글바글. 공연 한 팀, 플라멩코 한 팀. 공짜 구경하기 미안할 정도로 좋았던 플라멩코와 동네 아저씨 공연에 동전 한 닢. 노을과 함께하는 알함브라 궁전을 바라보고 있으니 힘들게 찾아간 보람이 있었음.
그라나다에서 둘째 날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알함브라궁전 관람하기가 메인 일정이다. 그라나다에는 오후에 도착했기 때문에 첫째 날은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석양에 물든 알함브라 궁전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기타 치며 공연하던 아저씨들과 플라멩코 아가씨들은 오랜 경력이 있어 보였다. 많은 연인이 맥주, 와인과 함께 알함브라궁전을 바라보며, 추억을 만들어가 던 곳. 알함브라 궁전으로 가기 전 날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기대감을 잔뜩 높였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그라나다에 도착한 첫째 날 숙소 근처 교환처에서 표를 받아놨기에 당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버스 타고 궁전으로 향했다. 버스는 이사벨라 광장 옆에서 타면 궁전 앞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혹시나 궁전에서 줄을 서야 할까 봐 미리 표를 찾았다.
이사벨 광장. 여기가 그라나다 중심지인 것 같다. 버스가 특이하게 작으니 착오 없길 바란다.
알함브라궁전의 핵심 관광 포인트인 나사리 궁은 들어가는 시간이 하루에 몇 안되는데, 미리 예약한 시간에 맞춰 입장하기 위해 궁에 들어가자마자 나사리 궁으로 직진했다. 나사리 궁까지 가는 길에 스쳐 지나간 모습들은 돌아가는 길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열심히 시간에 맞춰 이동했다. 궁전에 들어가면 총림, 토피아리로 장식된 통로를 따라 걷게 된다.
나사리궁으로 가는 길에 만난 느낌 있는 상점. 덩굴식물에 핀 진분홍 꽃이 눈에 딱 들어온다. 찰스 5세 궁전도 일단 패스한다. 나사리궁전 다음으로 들리기로 하고 일단 직진한다.
알함브라궁전의 이슬람 양식하고는 느낌이 다르다. 나사리궁을 나온 후 둘러본 찰스 5세 궁전 안은 공연이 있을 건가 보다. 의자가 잔뜩 깔려있었다.
내부에서는 공연을 준비 중이 있었다. 이런 곳에서의 공연 관람은 참 기가 막힐듯하다. 음. 큰 자갈, 큰 돌 함량이 많네. 나사리궁전 앞 대기줄에서는 전날 힘들게 올라갔던 니콜라스 광장도 맞은편 언덕에서 보이고, 입장시간까지 기다리면서 사람 구경을 한다.
원래부터 벤치로 의도된 시설 인가? 구엘공원의 벤치 못지않게 길고 앉고 싶은 마음이 크다. 도마뱀도 있다. 기다리는 시간은 동물과 함께. 6월의 장미가 이쁘게 핀 화단도 구경하면서 시간이 되기까지 기다린다.
다양한 종류의 장미와 살짝 숨어든 태산목? , 목련 꽃도 이쁘다. 시간이 되면 입장 후 나사리 궁전을 쭈~~ 욱 구경할 수 있다. 사전에 공부하고 가면 더 재밌게 구경할 수 있다.
공간에 물이 있으면 깊이가 더해지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꽃할배에 나왔던 의자라 눈여겨봤었는데, 디자인이 독특해서 앉아봤다. 나름 편하다.
수공간의 기하학적인 형태를 지금도 많이 따라 하게 된다. 작은 물소리도 중정에 있어 울림이 커지는 것 같다. 입장 시간을 나눴지만, 단체 관광객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사리궁의 메인 홀인 사자의 정원. 정말 정성을 다한 장식. 놀랍다.
날씨가 좋아서 중정이 환하다.
가장 마음에 든 사진. 필터를 살짝 적용했지만, 나름 굿.
안 쪽 방 천장을 보면 별 모양. 이런 장식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사자상이 받치고 있는 분수. 주변은 공사 중. 궁전 안에도 냥이들이 유유자적. 좋다. 따뜻해 보인다.여기서 찍은 동영상만 수십 개.나사리궁을 나오면서 사무실이 하나 있었는데, 사무실 문에 붙은 스티커가 참 센스 있다. 발코니를 경계로 궁전 반대편 언덕을 걷고 있는 캐릭터 동물이 재밌다.
저 동물이 뭘까 생각하다, 본 적 없는 라마? 아닐까 한다. 야자나무가 있는 또 다른 중정은 확실히 더운 지방, 이국적인 풍경이다. 제주도에도 야자가 있지만 워싱턴야자의 키와 카나리아야자의 풍성함을 섞어 놓은 것 같다. 아이스크림 같다. 음. 알함브라궁전은 건축에 대한 멋은 상당했는데, 공간에 대한 구성은 좋았는데, 식물에 대한 디테일은...
궁전 건너편 언덕을 바라볼 때는 액자에 풍경을 가두기 좋게 프레임이 이쁘다.
연못에 투영된 모습. 나사리궁을 나와서 여름 정원이 있는 헤네랄리페로 이동. 물의 정원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의 지하수를 가진 정원이라서 더운 여름 딱인 곳이다.
알함브라궁전의 여름 정원인 제네랄리페. 궁전 초입에서 갈라지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있는, 별장 같은 위치에 있는 제네랄리페. 우리가 찾은 여름에 딱인 시원한 물소리와 시원한 경관, 밝은 꽃이 매력적인 곳이다.
공간마다 붙은 간판도 멋지다. 여름의 초록과 물줄기 소리가 상쾌하다.
분수의 물줄기는 자연의 함. 지하수량이 풍부해 보였다.
알함브라에서 찍은 사진 중 좋아하는 사진. 색이 좋다.
참 경치는 좋았을 것 같은 위치. 역시 궁전은 궁전이다. 알함브라궁전 사진을 여럿 봤는데, 개인적으로 여름 사진이 제일인 것 같다. 해는 뜨거웠지만 볼거리가 풍부한 알함브라. 다른 계절은 살짝 황량할 것 같은 느낌. 햇빛이 살짝 들어오는 터널. 관광객은 여기서도 사진찍기 바쁘다. 하얀 수피가 아름다운 현사시나무? 인 듯. 하늘하늘 바람에 날리는 잎을 보고 있는 것도 즐겁다.
마지막은 알카사바를 구경하고 정문이 아닌 쪽문으로 나오기. 알카사바는 요새를 뜻한다고 한다.
그라나다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 아래를 보고 있으니 다리가 후들후들했다. 옛날에는 어떻게 싸웠을까? 이런 게 공성전인가. 높이가 가늠이 될 것이다.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도 있는데, 궁금하다. 수학여행 온 아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부럽다. 스페인에 수학여행이라니. 사실 최적의 동선은 아니었다. 나사리 궁의 관람시간에 맞춰 동선을 짜는 게 보통인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정문 입구-찰스 5세 궁전-알카자바-나사리궁-헤네랄리페-정문으로 나오는 게 제일 최적인듯하다. 우린 중간에 남쪽 쪽문으로 나와서 동네 구경은 할 수 있어 좋았지만 계속 동선이 꼬여서 그다지 추천하지 않음.
버스 시간표가 있지만, 대기줄은 없는터라 관광객이 많을 땐 마음이 불안 불안할 듯. 큰 캐리어도 한 몫한다. 알람브라궁전 구경을 끝내고 바르셀로나는 비행기(부엘링)로 이동했다. 우리 저가 항공사와는 차이나는 서비스 클래스. 별로야. 뭘 바라겠어. (참고로 그라나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불안 불안했음. 관광객도 많고, 먼저 갔다고 줄을 서는 것도 아니라 먼저 탈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