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라봉 정상에서 만난 미나리냉이 꽃, 5월에만 볼 수 있는 경치"
바닷길을 따라 걷지 않고, 대평포구 옆 박수기정 안쪽에 있는 오름, 계곡 길을 따라 걷는 올레길 9코스는 월라봉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다. 올레길 9코스의 꽃, 월라봉의 5월은 기억했다가 다시 찾아가야 할 그런 곳이다. 자생하고 있는 것인지, 관리인이 씨를 뿌린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미나리냉이 군락지가 월라봉 정상에 펼쳐져있다.
5월의 미나리냉이 흰꽃이 펼쳐진 이 곳을 9코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으로 꼽아본다.
대평포구에서 출발해서 걷기 시작한다. 물이 빠진 대평포구 바닷가에서 무언가를 줍기 위해 가족단위 사람들이 여럿있었다. 나도 몇 해 전에 이 길을 포기하고 바닷가에서 몽글몽글 돌맹이 조개껍데기를 줍다가 돌아간 적이 있었다.
청보리가 누렇게 익은 들판이 올레길 초입에 펼쳐져있었다. 제주의 땅은 벼농사가 힘들기 때문에 대체로 밭농사를 일구는데 청보리, 메밀, 마늘, 파를 많이 키운다. 동네 어르신에게 전해 들었는데, 유채를 키워서 유채기름을 뽑았던 건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관광객을 위한 포토스팟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유채밭 또한 대표적인 제주의 농촌 경관이다.
박수기정 위로 올라가면 대평마을이 내려다 보이는데, 건물 참 많이 들어왔다 소박한 시골마을이 아닌 관광지가 되어 버린 것 같은 대평마을이 아쉽기만 했다.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경관, 풍경을 만들거나 보존할때는 사람의 눈, 시야각에 들어오는 모습 전체를 만지거나 가꿀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카메라 프레임으로 잘린 작은 모습에 흥미를 느껴서 찾아갔지만, 실제 현장의 모습을 보고 실망한 적이 한 두번 아니다.
파 값이 올 해는 좋지 않은가 보다. 다 키운 파가 꽃을 피우고 있는데, 잘라내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농사를 망쳤거나, 일손이 없거나, 씨를 사용할 목적일 것 같다. 여튼 파 꽃을 피우고 힘이 약해지는 모습 또한 무리를 지어 있으니 색다른 풍경으로 느껴진다. 이랑 위로 진녹색 파는 줄지어 자라고 고랑으로는 연노랑 잡초가 줄지어 자라니 질서가 보이는 패턴을 보는 것 같다.
제주도에서 방목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항상 이런 출입구가 있다. 소, 말 가축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이런 출입구를 만드는데, 항상 이 안으로 들어가면 조심해야한다. 생각보다 소나 말을 마주할 확률이 높고, 그 친구들이 생각보다 거칠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본격적으로 월라봉을 오르기 전 마주한 목재데크길에서 잠시 쉬어간다. 간식으로 당충전과 함께 에너지를 올려본다.
생울타리는 탱자나무가 제격이지. 거친 가시가 귀신도 못 지나갈 정도로 위엄을 보이고 있으니, 가축이 함부로 이동하는 것도 힘들듯하다. 몽글몽글 탱자나무 열매는 처음 아직 익기 전이라서 매실 같기도하고, 상콤해보인다.
월라봉 정상 근처 전망대에는 미나리냉이 꽃이 장관이었는데, 수형이 멋진 고목과 동굴진지 또한 중요한 경관자원이다.
진지동굴로 빨려들어갈 것 같다. 혹시나 박쥐가 살고 있을지 모르니, 가까이 가지는 않았다. 혹시나 코로나가 무서운게 아니고, 조용히 사고있는 박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월라봉을 내려오니 멀리 산방산에 안개가, 구름이 짙어졌다. 맑은 날에는 산방산을 조망할 수 있는 좋은 포인트가 될 것같다. 월라봉에만 오르는 현지인도 몇 마주했다. 그만큼 월라봉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자연자원이다.
월라봉 밑은 안덕계곡 하류부와 만나고 물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9코스의 종점에 닿을 수 있다.
아이폰으로 영상 찍는 재미, 영상을 이어서 장편을 만들어보는 재미가 좋다. 아이폰 광고에서 영화찍는 장면이 있는데, 한 번 빠지면 정말 재밌을 것 같은 취미다. 코로나 끝나고 무탈이가 나오면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찍어야겠다. 으흐흐~ 그때쯤은 폰 바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