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마지막 사라봉 운동, 비 온 뒤 해가 구름에 가려서 습하지만 운동하기 좋았던 날씨에, 멀리 남해에 위치한 섬들까지 보였던 그런 날이었다. 멀구슬나무에 꽃이 활짝 피어있었던 사진을 보면서 다시 기억해본다. 5월 중순, 정확히 5월 15일에 찍은 멀구슬나무의 보라색 꽃.
멀구슬나무 너머로 공항의 활주로까지 시원하게 보인다. 도심에서 가장 가깝고 훌륭한 운동코스가 이 사라봉 코스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공항과 도심 빌딩 숲, 그리고 제주항과 바다, 멀리 남해안의 작은 섬들, 물론 한라산도 웅장하게 보이는 이곳 사라봉은 종합 선물세트인 풍경을 감사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나무 중에 보라색 꽃을 피워내는 녀석이 뭐가 있을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유일하게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멀구슬나무. 보라색 꽃이 특이하고 5월에 만날 수 있다는 게 기쁘지만, 나무 크기에 비해 녀석의 크기는 아담하다.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꽃인지도 모를 만큼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녀석인데, 호주의 보라색 벚꽃으로 불린다는 '자카란다'에 비하면 초라? 검소한 녀석이다.
80년대에 만들어진 이곳은 그때의 유행이었을까? 카나리아야자수가 가로변에 크게 자라고 있다. 사이즈가 거대해서 이국적인 느낌을 만들기에 딱이다. 이제는 제주도에서 인기가 없어지고 있는 야자수들, 제주도 토종 식물들이 제주다운 모습을 만들어 간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야자수들을 가득 채운 공간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주차장 앞길, 삼나무가 가득한 이곳은 흡사 일본에 온듯한 기분이 든다. 삼나무는 별로지만, 사면에 우뚝 솟은 모습이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