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님과 먹을 맛있는 거 없을까? 아이가 있어서 식당을 찾기는 힘들 것 같고, 포장해서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여야 하는데... 작년 겨울에 사 먹은 킹크랩이 생각나서 태양전복 본점을 찾았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킹크랩이 동이 나서, 수족관에 있는 모든 킹크랩이 예약이 돼서 하는 수 없이 삼화에 있는 삼화수산에서 킹크랩을 쪄서 집에서 조촐하게 먹었었는데. 아침에 태양전복을 찾았는데, 킹크랩이 없단다. 가격도 많이 오르고 해서 그동안 구색 맞추느라 팔았었는데, 한 동안 취급을 안 할 것 같단다. 아쉽다. 큰 맘먹고 부모님께 킹크랩 대접해드리려고 했는데. 차선책으로 랍스터를 좀 살까 했는데, 크레이피쉬라는 녀석이 눈에 들어온다. 좀 특이한 녀석을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크레이피쉬로 결정. 일단 태양전복에서는 이름 그대로 전복이 전문이겠지만, 제주도에 몇 없는 갑각류, 연체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포장만 가능한 곳이다. 킹크랩, 랍스터, 크레이피쉬, 문어, 낙지, 조개류 등 종류가 다양하고, 구매 후 쪄주기 때문에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물론 통째로 쪄주기 때문에 해체해서 살 발라먹는 건 알아서 해야겠지.
크레이피쉬, 크레이피시가 호주산인데 정글에 법칙 같은 프로그래에 많이 나왔나 보다. 유투버들도 크레이피쉬로 요리해먹는 콘텐츠를 좀 만들어내고 있나 보다. 여하튼 랍스터보다는 살이 더 탱탱하다는 말에 도전. 네 식구 먹을 녀석으로 두 마리 구매했다. 마리당 1kg이 좀 넘었던 거 같다.
태양전복 매장은 살짝 외진데 있어서 주변은 아직 개발 전이다. 오랜만에 제주에서 아카시아 나무도 보고. 왼쪽 나무 꽃은 뭔지 모르겠다. 처음 보는 녀석일서 한 장 찍어봤다.
20분 좀 넘게 찌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 사이 잠깐 사닮과 라는 카페에 가서 케이크를 사고 다시 돌아오니, 녀석이 맛있게 쪄있었다. 서비스로 피꼬막과 가리비 조금 넣어줬는데, 나름 쏠쏠하게 먹었다.
문제는 이 녀석을 어떻게 해체해서 먹느냐다. 처음 보는 녀석에 당황, 전에 킹크랩은 가위로 모든 걸 해결했는데, 이 녀석은 그냥 살만 발라 먹기는 아쉬울 것 같아서 갈릭버터 구이를 도전하기로 했다. 일단 머리에는 내장이란 게 뭐 없다. 다리에도 살이 들어있는 녀석이 아니라서 오로지 몸통만 요리해서 먹으면 되니까 해체는 간편했다. 머리 안에 내장이 조금 있는데 살살 긁어서 나중에 찍어먹기는 했지만, 킹크랩 내장은 따라올 수가 없지.
살이 꽉 차고 탱탱하기 까지 해서 진짜 먹음직스러운데, 그냥 먹기는 너무나 아쉬울 것 같다. 한 마리 몸통 살을 절반으로 나누고 절단된 면에 버터와 마늘을 바르고 레몬즙을 뿌린 후 에어프라이기에 160도로 15분 돌린 것 같다.
리코타치즈와 샐러드가 집에 있어서 분위기 낼 겸 플레이팅도 해보고, 서비스 조개류는 초장에 찍어먹고. 생각보다 몸통 살 양이 많았다. 그냥 보기에는 한 입이면 끝날 것 같았지만, 성인이 나눠 먹기에 양은 괜찮았다.
랍스터는 다리에 있는 살을 발라먹기가 귀찮았을 텐데, 이 녀석은 몸통에 올인한 녀석이라 먹기는 간편하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랍스터보다는 이 녀석을 선택하겠다.
다음 날 메뉴는 전복물회와 황돔회. 제주도에서는 보통 된장 베이스의 물회(자리물회, 한치물회 등)를 먹는데 순옥이네 명가는 아니다. 새콤달콤한 맛이라서 한 번씩 이 맛이 당기는 날이 있다. 노형에 살 때는 도두에 있는 본점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구제주로 이사 온 이후는 가보질 못했다. 대신에 함덕에 분점이 생기고 포장도 가능하다는 말에 차로 20분 거리를 고민하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추가로 구매한 한라회센타의 황돔회.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껍질까지 먹는 유비끼로 나온다. 그래서 회가 더 고소하고 맛이 좋다.
순옥이네 명가의 전복물회 포장은 깔끔하게 포장해준다. 육수 따로 야채와 전복 따로, 그리고 소면 따로. 소면만 넣어 먹으면 아쉬우니 밥도 살짝 말아먹었다. 여름이 다가오는데 계속 사 먹을 것 같다.
전복물회만 먹었거나, 황돔회만 먹었으면 아쉬웠을 텐데, 함께 먹으니 구색이 너무 좋았다. 4인 기준으로 먹었으니, 전복물회 2인분에 3만 원, 황돔회 1.5Kg에 7만 원 정도라서 10만 원짜리 한 상이다. 이 정도면 제주도에 놀러 와서 숙소에서 먹어도 훌륭한 한 끼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