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경주를 여행했던 기억을 남겨본다. 우리의 여행 메이트인 가양댁과 승한옹이 함께했던 경주여행. 한여름 KTX를 타고 경주시내에서는 시내버스를 타고 다녀왔던 여행의 결론은 "한여름 버스여행은 지친다"였다. 경주란 도시에서 볼 것도 많고, 수학여행 때 보지 못했던, 느끼지 못했던 모습도 많았지만, 한여름 뚜벅이 여행은 너무 힘들다.
KTX를 같이 타고 왔던 외국인 가족, 말썽꾸러기 막내 딸내미가 어떻게나 쫑알거리던지 아버지는 "Enough~, Enough!!!"를 연거푸 외쳤던 가족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가 끝나면 우리 무탈이와 함께 하게 될 여행에서 나도 저런 상황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대된다.
한여름의 경주여행을 시작하기 전, 그전에 다녀왔던 가을 경주 남산 일대의 모습을 먼저 올려본다. 삼릉골의 울창한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 잘 정리된 삼릉을 바라보고 있으면, 능의 위치가 살짝 색다르기도 하다.
산으로 둘러 싸인 경주의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지형이 참 포근하게 느껴진다. 넓은 평야보다는 이런 산이 겹겹이 둘러싸인 모습이 한국 고유의 자연환경 같다.
남산 아래에는 포석정도 있다. 그 주변으로는 오래된 아름드리나무들이 가득하다. 남산의 소나무군락지는 가을느낌이 없었지만, 포석정 주변은 낙엽수의 단풍 때문에 가을느낌 물씬 난다.
이제부터는 한여름 경주여행이다. 잠자리 안녕~, 비비추 호스타 꽃도 목이 마른 지 물을 머금고 있다.
처음으로 찾은 곳이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을 찾았다. 돌을 벽돌 모양으로 쌓아 올린, 신라시대 가장 오래된 석탑인 분황사 모전석탑은 그 시간의 켜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운치 있는 공간이었다. 다만 원색의 전등이 어울리지 않았지만, 기단의 모퉁이에 세워진, 화강석으로 조각된 사자상과 1층 몸돌에는 네 면마다 문을 만들고, 그 양쪽에 불교의 법을 수호하는 인왕상을 조각해 놓았다.
안압지는 저녁 무렵 찾았다. 안압지 야경, 조명이 밝혀진 안압지가 낮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늦은 오후에 찾아서 밤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