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연

겨울, 카멜리아힐에서 만난 훌륭한 겨울정원_동백꽃 보다 아름다운 장면.

magnolia-jeju 2020. 12. 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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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카멜리아힐에서 만난 훌륭한 한 장면. 생각 없이 핸드폰 사진을 이리저리 넘기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진. 수많은 동백나무의 붉은 꽃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인상적인 이 곳, 시간이 흐르면서 동백나무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경관이 무르익어가는 것 같다. 상록과 낙엽수의 조화. 마른 잎과 색이 담긴 풍성한 가지를 가지고 있는 낙엽수, 짙푸른 혁질의 이파리를 가지고 있는 상록수가 조화를 이루면서 멋진 겨울정원을 만들었다.

 

한겨울, 이곳에서는 원색의 두툼한 패딩을 입고 있는 관광객이 오히려 더 화려하다.


꽃잎은 흩날리기 마련인데, 벚나무 같이 꽃잎 하나하나가 바람에 하늘하늘 흩날리면서 땅으로 떨어지는 꽃과는 다르게,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땅으로 뚝 떨어져버린다. 온전한 꽃봉오리 한 덩이가 수직낙하하는 모습이 감성적이지 않지만 반짝거리는 진한 이파리와 붉은 꽃잎, 황금빛 수술 이 세 가지의 절묘한 조화에 매력을 느낀다.

 

품종이 다양한 동백이 제주 여기저기에 널렸다. 오늘은 눈이 내려 앉은 잎이 춥지 않을까 걱정이다. 

 

동백꽃을 이야기하다 보니 생각난 단편소설 짧은 구절을 찾아본다. 앗!!!! 소설 동백꽃의 동백꽃은 실제 생강나무꽃의 방언이란다. 동백꽃이 생강나무꽃이라면 느낌이 너무 다르잖아. 동백나무라면 두꺼운 잎사귀 때문에 푹신하게 넘어지겠지만, 생강나무 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봄에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라서, 이파리가 하나도 없는 꽃만 달려있는 앙상한 가지 때문에 아플 거 같다. 동백나무는 극의 배경을 푸릇푸릇한 제주도를 연상케 하지만, 생강나무는 척박한 육지의 동네 뒷 산이 떠오른다. 하긴, 극의 배경은 생강나무가 더 현실적이다. 

 

 

유독 흐린 날이 많은 제주의 겨울에는 붉은 동백꽃이 눈에 들어 올 수 밖에 없다. 

 


동백꽃, 김유정.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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