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7. 20:06ㆍ제주의 자연
지금 제주는 가을 깊숙이 들어왔다. 나무들이 붉은 열매를 맺고 단풍잎으로 변하거나 잎을 떨구고 있다. 방문객 중에 관광객이 제일 없는, 도민이 대부분인 숲길이 아마 한라생태숲이지 않을까? 그래서 자주 찾는다. 오래된 숲은 아니지만, 조림해서 만들어낸 숲이지만, 그래도 3~40년을 가꿔온 정성이 하나둘씩 보이는 생태숲이다.
한라생태숲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인공구조물이 있다면, 쉼터 겸 조류 관찰대로 사용되고 있는 대형 파고라일 것이다. 나무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모양 또한 숲 속에 있을 법한 오두막이 연상되는 그런 구조물이라서 간단한 다과는 그곳에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전에도 포스팅을 몇 번 해서 이번 방문에는 암석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기억만 남겨보려 한다. 사실 암석원이라는 공간을 처음 들어갔다. 그동안 지나가면서 뭐 별거 있겠어? 암석원이라고 이름 짓고 돌만 가져다 놨네.라고 생각했다. 정말 그렇다. 암석과 어울리는 배식이 없다. 암석의 배치도 그냥 돌을 바닥에 깔아 논거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이 공간에도 눈여겨 볼만한 장면이 있었다.
일단 암석원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모자라다. 돌 놓기의 의도도 없이, 그냥 쌓아놨다. 그리고 중간에 이것저것 심어놨지만, 눈에 들어오는 감흥이 없다. 그래도 부지가 넓어서 주위를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는 야자매트가 깔린 산책길을 걸어본다. 산책길에서 만난 몇 가지 장면이 마음을 위로해준다.
이나무의 검은 낙엽이 쌓인 공간을 보면서 독특함을 느꼈고, 아직 피어있는 수국을 보면서 계절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걸 느꼈고, 쓰러진 풀밭을 보면서 바람의 결을 느낄 수 있었다.
참빗살나무의 열매도 독특하다. 전에 천백도로 생태숲에서 봤던 겨울 모습은 열매껍질이 말라서 어렸을 적 색종이 접어서 가지고 놀던 동서남북 놀이기구와 닮았던 기억이 있는데 아직은 가을이라서 열매가 탱탱해 보인다.
한라생태숲 구석구석에 의도치 않게 발견한 의도된 장면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올때마다 다른 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