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길”
지난 가을, 10월의 맑은 날에 부모님과 함께 올레길 1코스를 걸었다. 1년에 한 두번 제주를 방문하시는, 은퇴하신 부모님과 함께 제주를 여행하기 제일 좋은 곳은 올레길이다. 몇 년 전에는 한라산이 좋아서 성판악, 관음사 코스로 백록담에 두 번 올랐고,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윗세오름은 수 없이 올랐었다. 그래서 이제는 제주의 구석구석을 더 보기 위해 올레길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올레길 1코스의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제주의 동쪽바다이다. 물론 시작은 오름(두산봉, 알오름)에서 시작하지만, 동쪽바다를 따라 걷는 많은 시간동안은 일출봉과 함께한다. 그래서 일출봉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왜 일출봉이 제주관광의 1번지인지 느낄 수 있었다.
알오름에서 시작하는 1코스. 초지를 가로질러 알오름 정상에 오르면 제주푸른 바다와 우도가 바라보이는데, 이 모습 또한 예술이다. 많은 올레꾼들이 알오름 정상에서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름 위에서 제주의 밭, 밭담이 놓인 모습을 내려보면 농부의 경작활동이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깨딷게 된다. 바느질의 패치워크 처럼 일정하지 않은 모양의 밭들이 밭담, 바느질로 붙어 있는 모습이다. 이 모습이 사람이 만든 제주의 고유 경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면, 오징어 말리는 풍경, 멀리 우도가 보이는 풍경, 바닷물이 빠지고 들어오는 풍경 등 심심할 틈이 없다. 그 끝에는 일출봉이 기다리고 있다.
올레길을 따라가면, 일출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관광지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지만, 시간과 체력이 허락된다면 일출봉 정상을 올라가보길 추천한다. 일출봉의 모든 것을 느끼기 위해서 그 정도의 노력과 투자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출봉 관광지 옆에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해녀식당과 보트체험이 있는데, 그냥 내려가서 일출봉만, 바다만 보고 올라와도 충분히 좋다. 운이 좋으면 해녀의 물질도 구경할 수 있고, 일출봉 앞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문어와 전복에 소주 한 잔 걸칠수 있다. 가격이 바가지 일지라도 일출봉 옆에서 마시는 소주 한 잔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경험일 것이기 때문에 아까워 생각말아야 한다.
올레길 1코스의 종점은 광치기해변이다. 한라산의 사면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듯이, 일출봉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그 모습 또한 색다르다. 물론 날씨와 시간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른데, 일출봉을 수 없이 찾아도 질리지 않는 이유가 이 것 때문인 것 같다. 광치기해변 바닷가에서 스쿠버다이빙 연습하는 사람들, 낙시하는 사람들, 카페 안에서 경치 구경하는 사람들 모두 행복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