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아침은 집에서 가져온 햇반과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6월 초였지만 해는 강렬했다. 우리에겐 구글맵이 최고의 여행 동반자였다. 걸어서 오분이면 진실의 입에 도착했고,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빠른 시간 안에 줄어들었다. 그만큼 사진도 빨리 찍고 비켜줘야 한다. 아쉬운 만큼 예배당에서 경건한 시간을 가지면 된다.
사진 찍기를 기다리는 동안 바라본, 회랑 내부 천장이 멋스럽다. 붉게 칠 한 천장의 진한 음영과 패턴.
사진 찍기 전에 후원금 조금 건내고, 후다닥 증명 사진 찍기를 해치웠다. 한국사람이 많이 오긴 하나 보다. 예배당에서 촛불을 켜려고 보니, 한글로 헌금을 요구하더라.
관광객스러운 첫 일정을 끝내고, 다음 일정은 벼룩시장. 트라스떼베레 지역에 위치한 포르타 포르테세 벼룩시장은 여행 전 로망의 관광지였다. Porta Portese Flea Market (Piazza di Porta Portese, 00153 Roma RM, 이탈리아) 유럽의 벼룩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결론은 기대하지 마세요. 벼룩시장이라기보다는 저렴한 동네 재래시장 느낌. 구경할 만한 게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진도 없다.
입구에서 바라 본 시장은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아니올시다였다. 뭐 중고품도 없고, 그냥 저렴한 현지인 겨냥 공산품이 거의 다였다. 우리가 기대했던 유럽의 고풍스러운 물건은 1도 없다.
뜨거운 해를 피하기 위해 시장 중간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해본다. 그때 생각난 로마패스. 48시간짜리 로마패스를 사기 위해 구글맵으로 주변에 있는 “TABACCHI”를 검색했다. 우리의 편의점 같은 곳인데 로마패스를 판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시간 있을 때 구매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또 걸었다. 테베레강 건너편에 위치한 맛집을 검색하니 한국인들도 인정한 맛집, Felice a Testaccio (Via Mastro Giorgio, 29, 00153 Roma RM, 이탈리아)이 목적지였으나, 예약 없이는 자리가 없다고 퇴짜. 같이 기다리던 다른 관광객도 퇴짜. 그래서 다시 동네 깊숙이 이동해서 구글링에 걸린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동네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들도 그들 나름의 생활 방식이 있으니 생각 없이 패쓰.
구글맵에서 평점 4점 이상 식당을 찾아서 들어갔다. 정보 하나 없이. Da Bucatino (Via Luca della Robbia, 84, 00153 Roma RM, 이탈리아)
주말 점심이라서 현지인들 정말 많았고, 가게 규모도 상당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90 이상으로 보이는 할머니와 대식구가 외식하러 왔는데, 모두 잘 차려입고 왔더라. 심지어 할머니도 풀메이크업과 빨간 원피스. 멋있다. 주인 할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우리 서빙을 담당해주셨는대, 영어 1도 안 통하는데, 이탈리어로 뭐라 뭐라 장난도 치고, 서비스인 듯 서비스 같은 걸 주셨는데, 처음은 재밌었는데 자꾸 하다 보니 불편하더라.
주인 할아버지가 맛있다고 먹어보라며 서비스처럼 준 애피타이저는 최고였다. 치즈의 풍미가 가득해서 맛있었다. 주문한 음식도 기대했다. 그러나 ㅋㅋㅋㅋ 스파게티와 리소토는 덜 익은 것 같았고 고기는 느끼하고. 이게 현지인 맛인가? 이태리는 이렇게 먹는다고 누가 그랬던가 같은데, 그렇게 수긍하고 먹었는데, 여행 중에 이 식당만 덜 익은 스파게티 면이 나왔다.
이 식당의 특징은 뷔페식으로 밑반찬? 요리를 따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제한으로 담을 수 있는 한 접시. 버섯과 가지 요리가 맛있었다.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1 일 1 에스프레소를 먹고자 했는데, 이탈리아는 그럴 수밖에 없다. 음식이 살짝 느끼해서 에스프레소 꿀꺽하여서 느끼함을 없애야 했다.
물론 식사 중에 콜라도 무지 많이 먹었다. 이 식당에서만 이렇게 많이 먹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황당했던 계산서. 주인 할아버지가 뭔지 알아보지도 못하게 막~ 적으신 계산서는 그냥 말도 안 통하고 돈도 크게 안 나와서, 다툼하기도 싫어서 그냥 계산하고 나왔다. 특이한 경험이었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점심이었다.
본격적으로 시내 중심지 관광하러 버스 타고 움직였다. 구글맵 하나면 버스 타는 것도 어렵지 않다. 버스가 어디서부터 오는지 서비스되기 때문에 해외여행은 이제 두렵지 않다.
오후 일정, 판테온과 트레비 분수의 감흥을 젤라또 가게 지올리띠가 망쳤다.
로마에 오기 전, 친구는 판테온에서 청소부라도 하면서 계속 머물고 싶다고 했다. 얼마나 대단한 건축물이기에 판테온을 그렇게 극찬했는지 궁금했다. 로마 시내 중심가에서 유적지를 찾아가는 길은 흥미롭다. 얼마의 시간이 중첩되어있는 것인지. 걷다가 마주치는 기본 천 년 넘는 건축물들은 영화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바르셀로나 거리에서는 기본이 백 년 단위라면, 로마는 기본 천 년 단위였다.
골목 끝으로 보이는 판테온의 뒤통수. 둥글둥글한 뒤통수는 사진으로 봤던 판테온의 내부 구조를 상상하게 한다.
그래도 정면은 둥글게 할 수 없지.
판테온 입장은 공짜라서 정말 많은 관광객이 들어온다. 공짜가 아니라도 많은 관광객이 들어오겠지만. 사람이 많다 보니 큰 소음이 발생할 때마다, 관리인들의 조용하라는 경고가 “어땐숀! 싸일런~ 쉬~” 계속 듣고 있으면 재밌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시간에 따라 이동한다. 일 년 중 어느 때는 입구를 밝게 비추고 있을 때가 있지 않을까? 현대의 기술로도 만들어내기 힘들어 보이는 이런 건축물은 대체 어떻게 만든 것이냐! 여행 첫날 로마 사람들 무시해서 미안하다.
무슨 행사인지 모르겠지만, 판테온 앞에서 어르신들의 흥겨운 공연으로 관광지 분위기를 후끈하게 하고 있었다. 아이폰 라이브 포토로 찍은 사진을 장노출로 변경하니 이런 사진도 나오네. 역시 핸드폰 카메라가 제일 좋은 것 같다.
판테온을 뒤로하고, 언제 또 올지 모르겠지만, 다음 일정인 트레비 분수를 향해 걷는다.
골목골목 예술이다. 골목이 좁아 생활하기는 불편하겠지만, 이런 곳에서 일 년 정도 살아보고 싶다.
트레비 분수 가는 길에 잠깐 들른 젤라또 가게, 지올리띠. 개인적으로 젤라또에 대한 애정이 없는터라, 감흥이 없었는데, 사람 붐비고, 주문도 힘들었다.
계산대에서 선불하고, 종이를 가지고 비집고 들어가서 잴라또 퍼주는 직원한테 내밀면 된다. 근데 우리 일행은 직원의 기분 나쁜 서비스에 황당해서 싸울뻔했다. 이것들이 장사가 잘되니까 그런 건,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건지, 아무튼 이태리에서 제일 기분 나빴던 가게였다.
그렇다고 맛이 특출하면 용서를 해주겠는데, 특별하게 맛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로마 망신 지올리띠가 시켰다.
화를 삭이고 트레비 분수로 향했다. 가는 길에도 여럿 보이는 분수와 광장. 관광객만 없다면 정말 살고 싶은 도시다.
진열장에서 에이징 되고 있는 소고기, 정말 진 했다. 당장이라도 들어가 보고 싶은 식당이었지만, 소고기는 피렌체에서 먹기로 하고 다시 걸음.
소고기는 눈을 감았지만, 와인을 놓칠 수는 없었음. 응대 잘해주신 점원 때문에 두 병 구입. 저녁노을과 함께 밖에서 돗자리 깔고 분위기 잡기 위함.
트레비 분수 사람 아주 많았는데, 기다려서 사진 찍기도 힘든 곳. 그래도 사람들의 밝은 기운이 너무 좋다. 붐벼도 웃으면서 사진 찍고 까르르하는 모습에 덩달아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