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섬, 섶섬이 아름다웠던 그 길”
제주도 주말 날씨가 좋아서 오래간만에 올레길을 걸었다. 제주도에 살면서 올레길 모든 코스 완주가 목표였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2011년에 회사 때문에 제주도에 입도한 후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주한 올레길은 1코스, 3코스, 6코스, 9코스, 12코스이다. 물론 자연을 좋아하기 때문에, 9년간 올레길 코스별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되는 곳은 많이 가보았다.
코로나가 유행인 지금, 제주 현지인에게도 제주도 관광지 선택이 힘들다. 실내는 안 되겠고, 야외는 사람 많지 않은 곳으로 선택하려 하니 올레길을 걷는 방법이 제일 탁월한 선택일 것 같았다.
봄, 제주의 날씨가 정말 좋았던 주말에 올레길 6코스를 완주했다. 6코스가 위치한 서귀포시 토평동, 보목동은 회사 일때문에 많이 찾아갔던 동네인데, 참 경치가 좋은 곳이라서 살아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올레길 6코스를 대표하는 풍경을 뽑으라고 한다면 “섶섬”을 품고있는 서귀포 앞바다일 것이다. 거문여 해안을 걸으면, 검은 현무암이 늘어진 해안길과 저 멀리 보이는 섶섬을 한데 담은 경치에 감탄을 자아낸다.
올레길 여행자라면 패스포트 하나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완주를 꿈꾸며 구매했던 올레길 패스포트에 도장이 꽉 차있지는 않지만, 한 장 한 장 채워가는 재미가 있다.
쇠소깍에서 시작하는 6코스, 투명카약으로 유명한 쇠소깍을 오랜만에 가보니, 많은 가게가 새롭게 들어서 있었다. 관광객이 많은 곳은 가게가 많이 들어선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지만, 지역의 정체성과 고유 경관이 사라지고 있음에 지역발전의 지속성은 사라지고 있다.
쇠소깍이 유명해지기 시작 할때쯤 마을 안쪽에 들어선 카페 테라로사는 아직도 좋아하는 장소이다. 쇠소깍 바다가 보이는 자리는 카페가 난립해 모습이 변해버려서 찾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지만, 테라로사는 아직도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섬 속의 섬, 지귀도도 날씨가 좋아서 멀리 보인다. 우뚝 솟아있는 섶섬과는 다르게 지귀도는 평평하다. 날이 좋지 않고서는 보기 힘든 섬이다. 지귀도가 보이는 해안 길에는 사스레피나무, 찔레나무, 돈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해풍에 잘 견디는 이 세 가지 수종 중에 돈나무는 제주에서 조경수로 잘 사용하고 있다. 4월, 5월에 피는 돈나무 꽃의 향기는 아카시아 꽃 향기와 비슷해서 귤나무 꽃 향기와 함께 제주의 대표적인 향기 나는 나무다.
보목마을로 넘어간다. 섶섬을 바라보며 자리물회 한 사발 한다는 건 제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사치일 것이다. 자리물회가 유명한 이 마을을 지나가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는게 아쉬웠지만 예전 사진을 남겨본다. 유명한 식당이 여럿 있는데, 가장 유명한 어진이네는 건물을 거대하게 새로 지었다. 자리돔을 먹지 못한다면 한치를 먹으면 된다. 나도 입도하고 몇 년 후에야 자리물회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자리물회 팬이 되었다.
섶섬 앞 구두미 포구에 다다르면 낮은 전망대가 있다. 선명하게 보이는 섶섬을 바라보며 한 참을 쉬었다. 근처 해녀의 집 벽은 알록달록 그림을 그린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바닷바람에 페인트도 오래 남아나질 않는데 아직 선명하다, 색감이.
“섶섬을 담은 사진을 모아봤다.”
“섶섬을 뒤이어 보목 소천지도 장관이다.”
백두산 천지를 닮은 모습이라고하는 소천지. 소천지에서 바라본 한라산, 바닷물에 투영된 암석의 모습이 멋있다. 눈 쌓인 한라산을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이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가시거리가 확보되는 날, 맑은 날 찾아야 한다. 제주도에서 한라산이 쨍하게 보이는 날을 쉽게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운이 따라야 한다.
올레길 9코스의 종점은 서귀포 시내에 위치한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다. 배낭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제주를 찾은 올레꾼에게 가장 의지할 만한 곳일 것이다. 짧았던 9코스 포스팅을 마무리하며 그 날의 기억을 정리해 본다.
6코스 종점에 위치한 올레사무국, 건물에 위치한 올레스테이와 밥집. 우연한 기회에 서귀포에 위치한 올레스테이(올레사무국)에 다녀왔습니다. 업무차 들른 올레스테이와 식당, 카페까지 겸비한 올레사무국이 위치한 건물.
멋지네요. 원래 병원이였던 건물을 매입해서 층마다 다른 성격의 시설이 들어있어요. 일층 제주올리 여행자센터에서는 식당과 카페(저녁에는 맥주도 있고요)를 운영하네요. 점심으로는 다양한 저염식의 건강한 제주도 음식들이 보이는데, 오늘은 명란 비빔밥 주문. 일행은 딱새우 된장찌개. 명란 비빔밥에는 가지장아찌와 소라가 들어간 쑥갓 샐러드. 가지장아찌 향이 정말 최고였음.
명란과 계란, 파송송. 맛있음. :D 식후에는 아메리카노와 간세 쪼꼬 아이스크림. 기대와는 다르게 맛있었음. 커피도, 특히 아이스크림이 맛있었음. 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