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4, 5월은 청보리의 계절이다. 봄, 제주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는 바로 청보리밭이 펼쳐진 곳이다. 제일 유명한 가파도는 제주청보리축제를 할 만큼, 온 섬을 청보리가 뒤덮는다. 솔직히, 육지 가을 논의 황금들녘이 어찌 보면 더 장관일 수 있지만, 청보리밭의 청량함도 그에 못지않다.
2020년, 이번 해는 청보리축제가 취소되고 많은 관광객이 오지 못할 사정이어서 가파도의 소식을 전해 들은 거라고는 일도 없었다. 미디어에서도 큰 소개는 없었다. 다만, 제주도민의 특권으로 가파도가 아닌 출퇴근 길에서 오다가다 쏠쏠하게 구경하곤 했다. 출퇴근길, 도로 옆에서 보이던 청보리밭.
당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매년 당연하게 변해가는 풍경을 즐길 수가 없으니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물론 밭을 경작하신 농부의 노력에는 고마움을 느끼지만.
가파도의 청보리밭에 견주어 볼만한 장소를 한 곳 소개해본다. 한라산 중산간에 넓게 펼쳐진 청보리밭이 있다. 그것도 제주 시내에서 가깝다. 중산간이라 가파도 청보리보다 익어가는 시간이 살짝 늦다. 사실 청보리축제를 한다면 아침 일찍 모슬포에 갔더라도 배 표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오라동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이번 해에는 일찍 보리를 베었더라.
한라산이 뒤로 보이고, 멀리 시내도 내려다 보이고. 위치가 어쩜 이리 좋으냐.
5월은 누렇게 변해가는 풍경을 감상하는 게 포인트다. 수확이 늦은 곳은 5월 중순까지도 보리밭의 일렁이는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제주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한다.
광고에 나올법한 보리의 일렁임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