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5. 15:34ㆍ한국여행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다니면서 지인들과 함께 답사모임을 꾸려 한 달에 한 번은 전국을 누비며 자연, 조경을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평일 야근과 철야로 지친 몸이었지만, 그 시절에 답사는 인생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요즘에는 흔하디 흔한 디카가 그때는 없어서 필름 카메라를 걸쳐 메고 다니던 추억을 회상하면서 사진 정리를 해봤다.
먼저 손에 잡힌 주산지의 왕버들. 비와 바람이 심했던 날씨였지만, 물속에서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던 왕버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점심시간 전에 도착한 주산지는 안개가 자욱했지만 신록의 색감은 대단했다. 평소 버드나무 새순의 연두색 빛깔을 정말 좋아해서 왕버들의 신록도 참 좋았다. 제주에 살면서 육지의 자연이 가끔 그리운 이유는 주산지 같은 이런 첩첩산중이란 표현을 쓸 수 있는 명소들이 그리워서 일 듯합니다.
2006년 답사의 기록이라서 지금은 주산지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조금씩 썩어가던 왕버들이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라면 꼭 한 번은 다시 가고 싶은 장소이다.
답사에서 계절, 시간, 날씨는 정말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여러 번 가도 원하는 모습을 마주하기 힘들 때가 있는데, 이 날은 비가 왔지만 때때로 햇빛이 구름 사이로 내려와 신록의 색감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만나보고 싶다. 2000년 초반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명소들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관광지로 변해버린 우리만의 비밀공간들이 예전의 매력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제주에서 몇 년 전에 봤던 나만의 비밀공간도 일 년이 안돼서 변해버리는 세상이니, 육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