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연

제주 가을_ 수크령 군락지 "물영아리오름"과 억새밭이 유명한 산굼부리

magnolia-jeju 2021. 10. 2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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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영아리오름.

 

날 맑은 가을날 찾은 물영아리오름. 초원에서 놀고 있을 소떼를 상상하며 찾았다. 그 초원에는 방목된 소가 아닌 수크령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수크령 군락지가 마음을 흔들었다. 물론, 오름 정상 분화구에 있는 이름 모르는 풀을 담고 있는 습지도 분화구를 둘러싸고 있는 낙엽수도 가을을 느끼기 충분한 장면이었지만, 수크령 군락지는 처음 보는 풍경이라서 새롭게 무언가를 가진 기분이었다. 제주의 가을, 10월에 찾아야 할 특별한 장소를 발견한 것 같다.


물영아리오름 정상 분화구 습지는 규모가 크지 않고, 풀이 자라고 있어서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사라오름처럼 습지에 고인 물에 반영된 주변 풍경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생태적인 가치는 높을 것이다. 게다가 상록 침엽수 사이로 자란 낙엽활엽수의 치밀한 가지의 뻗침이 어우러진 모습도 사진에 담기에 훌륭한 경관이었다.


물영아리오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게 조성된 공원을 지나 산책길로 들어선다. 가까이 오름 전체의 모습이 보이면서, 제주도에서 쑥대낭이라고 부르는 삼나무 숲을 향해 걸어간다. 이 초원에서는 소떼가 한적하게 풀을 뜯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데, 가을이라서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대신 먹이를 찾아다니는 노루가 간간히 눈에 띄었다. 

초원 옆으로는 소들이 넘어가지 못하게 철조망이 경계를 구분 짓고 있다. 제주도의 목가적인 풍경에 맑은 가을 날씨가 더해져, 트래킹 할 맛이 났다.

 

오름 초입까지는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수크령 군락지를 감사하면서 걷는다. 바닥은 걷기 편하게 디딤목과 자갈을 깔았다. 양옆으로는 벚나무가 있었는데, 꽃피는 봄에도 걷기 좋을 것 같다.

 

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 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단으로 빠르게 올라갈 것인지, 둘레길로 느긋하게 올라갈지 선택하면 된다. 몇 년 전에는 둘레길이 없었는데, 이 둘레길로 올라가고 계단으로 내려오는 방법이 체력소모가 제일 적을 듯하다. 둘레길로 가다 보면 제주도 동쪽 오름 군락지와 풍력발전기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를 거친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정상 분화구로 올라간다. 전혀 힘들지 않은 구간이다. 

조금만 더 올라 맞이한 분화구는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살짝 내려와야 한다. 그냥 오르막을 끝내고 돌아나가면 분화구 습지를 보지 못하고 나가게 되는 꼴이니, 길을 잘 보고 가야 할 듯하다. 지난번은 비 오는 날 습지에 물이 많이 고여있을 때 왔었는데, 이번은 정말 물 빠진 습지에 온 꼴이다. 나쁘다는 게 아니고, 기분이 정말 다르다. 이 모습 또한 좋다. 


산굼부리.

 

제주의 가을 하면 억새가 제일이다. 알록달록한 단풍은 한라산에 가면 되지만, 그 단풍이 들기 전, 한 밑자락은 하얀 억새꽃이 한창이다. 억새밭으로 유명한 관광지는 새별오름, 따라비오름 등이 있는데 이번에는 이 중 하나인 산굼부리를 다녀왔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터라 오름보다는 관광지인 산굼부리가 걷기 편할듯해서다. 물론 관광지이다 보니 입장료는 있다. 단체관광에서는 무조건 껴있는 산굼부리는 가을이 아니면 흥미가 없는 곳이라서, 전에도 방문한 경험이 있어서 주저했지만, 결론은 대만족. 걷기 편하고, 한라산이 그렇게 잘 보이는지 몰랐다. 웅장하게 바라보이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자 한다면 산굼부리 추천한다. 

 


이른 가을 부모님과 함께 걸었던 두 코스. 물영아리오름과 산굼부리. 두 곳 모두 제주도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함께 걸으면서 다른 분위기의 제주도 가을을 만날 수 있어서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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